[취재파일] '복권' 내부 폭로자 색출에 혈안…찾아야 할 게 그게 아닐 텐데?

박현석 기자 2023. 1.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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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 '사라진 5억 원 1등 복권' 취재 후기


SBS <끝까지 판다> 팀은 지난 주 즉석 복권 오류와 엉터리 뒷수습 문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 [끝까지판다] "20만 장 일단 숨겨라"…'복권 당첨'에도 손댔다? <SBS 8뉴스, 지난 19일>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050832 ]

간단히 요약하면 그 안에 1등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즉석복권 20만 장을 회수해놓고, 소비자에겐 알리지 않고, 나머지 250억 원어치 복권을 다 팔아버린 내용이었습니다. 팔린 복권 안에서 1등이 다 나오기를 바랐겠지만, 5억 원 1등 1장은 아직도 행방이 묘연합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이 벌인 일입니다.


보도가 나간 19일 밤, 복권위원회는 <스피또 1000 제58차 즉석복권은 정상적으로 발행·판매되었습니다>란 제목의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해당 복권은 2022년 2월 말 판매를 마감한 '정상적인' 즉석식 복권으로, 육안상 당첨과 시스템상 당첨 간 불일치가 신고돼, 문제를 바로 치유하고 판매를 진행했다…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복권이 특정되었고, 그 물량(약 20만 장)이 통상 판매되지 않는 물량(약 40만 장)보다 적은 점 등을 감안해 별도 공지 없이 계속 판매하기로 조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1등이 일부 안 나온 것도 처음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굳이 설명자료를 따로 내지 않더라도 저희 보도에 다 담겨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상적으로 생성된 당첨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권 인쇄까지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는데,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고, 저희 보도도 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오류가 확인됐고, 문제 소지의 복권을 회수했으면 있는 그대로 소비자에게 알렸어야 하는데 '별도 공지 없이 계속 판매하기로 조치'한 게 문제였죠. 복권 자체는 정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복권 유통이 비정상이었던 겁니다.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서는 보도에 담긴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문건들을 누가 제보했는지, 인터뷰에 등장하는 내부 폭로자는 누군지, 색출 작업에 혈안이 돼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언론의 공격(?)을 받도록 조직에 누를 끼친 나쁜(?) 사람을 찾겠다는 태도로 보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찾아야 할 사람이 과연 그 사람이 맞는지, 반대로 그 당시에 그런 잘못된 판단(회수 후 미공개)을 내린 사람을 찾아서 벌 하고, 그런 판단이 가능하도록 짜여 있는 시스템을 바꾸는 게 맞는 것 아닐까요. 그런 회사여야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타까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내용으로, 공익신고자를 색출해 공개하거나 불이익을 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2년이나 된 일을, 그래서 당사자들이 잘못했다는 기억마저 희미한 일을 다시 꺼내 지적했으니 화가 날 법도 합니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화가 난다고 사리분별 없이 행동하면 안되겠죠. 또 다른 화를 부르는 행위는 멈춰야 할 겁니다. 도덕률에 입각한 지탄이 아니라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본인들이 지금 해야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이번 보도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예전처럼 인생 역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 '반전'을 꿈꾸는 분들이 그만큼 많기도 하거니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복권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잃은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한 번 흔들린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복권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운이 없어서 안 되는구나 했던 것을 이제는 다른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겁니다.

저희 부서의 공식 명칭은 탐사보도부지만 <끝까지 판다> 팀으로도 불립니다. 한 번 물면 끝까지 판다는 각오로 임합니다만,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복권과 관련해 더 이상은 끝까지 팔 일이 없기를 희망해봅니다. 말 그대로 서민들의 '꿈'이니까요. 그걸 짓밟고, 흠집 내는 일이 있다면 저희는 역시 끝까지 파겠지만, 여기서 그런 일이 멈추길 바라며 취재 후기 마칩니다.

박현석 기자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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