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운전자 폭행치사' 美경찰 5명, 살인 혐의 기소 [특파원+]

박영준 2023. 1. 27. 15: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 과정 중에 흑인 운전자를 구타해 숨지게 한 경찰들이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은 26일(현지시간) 대배심이 지난 7일 교통 단속 과정에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5명의 전직 경찰관 모두를 2급 살인 및 가중 폭행, 납치 혐의로 기소하라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니컬스를 사망하게 한 경찰 5명 모두가 흑인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차량 정지 지시 어기자 난폭 진압…경찰 5명 모두 '흑인'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 과정 중에 흑인 운전자를 구타해 숨지게 한 경찰들이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은 26일(현지시간) 대배심이 지난 7일 교통 단속 과정에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5명의 전직 경찰관 모두를 2급 살인 및 가중 폭행, 납치 혐의로 기소하라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5명은 지난주 해고돼 전직 경찰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니컬스를 숨지게 한 경찰 5명 모두 흑인이다.
왼쪽부터 저스틴 스미스, 에밋 마틴 III,  데스몬드 밀스 주니어, 데메트리우스 헤일리, 타다리우스 빈 전 경찰관. 미국 멤피스 경찰국 공식 페이스북
WP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니컬스는 난폭 운전 혐의로 정지 지시를 받은 뒤 달아났고 경찰들은 그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구타했다. 이들은 니컬스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고 테이저건을 발사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소병으로 염증성 장 질환의 일종인 크론병을 앓던 니컬스는 체포 뒤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에 실려 갔으며 사흘만인 지난 10일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특히 니컬스 사망 직후 경찰들이 체포 과정에 심각한 폭행을 했다는 사실이 유족을 통해 확인되며 미국 전역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유족 측 변호인인 벤 크럼프는 구타 당시 ‘보디캠(body cam)’ 영상을 확인하고 이번 사건이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의 도화선이 됐던 ‘로드니 킹’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고 밝혔다. 영상을 본 수사 당국자들은 “완전히 끔찍하다”(absolutely appalling), “내가 본 것이 역겹다”(I’m sickened by what I saw)고 밝혔다. 니컬스 폭행 장면이 담긴 보디캠 영상은 27일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로드니 킹 사건은 1991년 3월 과속운전을 하던 로드니 킹이 경찰의 단속에도 도주하자 백인 경찰이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폭행 장면이 비디오로 촬영돼 경찰들이 기소됐으나 백인이 다수였던 배심원단이 무죄평결을 내리면서 분노한 흑인들의 LA폭동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니컬스를 사망하게 한 경찰 5명 모두가 흑인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미국의 저명한 흑인 인권 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이 경찰들이 흑인이라는 사실은 민권 운동을 하는 우리들을 더 끔찍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NYT는 “인구 62만8000명 가운데 거의 3분의 2가 흑인인 멤피스에서 해고된 경찰관 5명 모두가 흑인이라는 사실은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애도 성명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타이어 니컬스 가족과 멤피스 지역사회 전체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면서 “타이어의 가족은 그의 죽음에 대한 신속하고 완전하며 투명한 수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슬퍼하고 법무부와 주 당국이 수사를 하는 동안 나는 평화적 시위를 촉구하는 타이어 가족과 함께 했다”면서 “분노는 이해할 수 있으나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폭력은 파괴적인 것이며 법에 반(反)하는 것으로, 정의를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에 폭력이 있을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서약을 어겼을 때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고 지역 사회와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간에 항구적인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