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집값, 서울과 딴판... 1990년대 버블 최고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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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중국·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주택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에선 맨션(아파트 같은 고층 공동주택)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도쿄 중심부 중고 맨션의 평균 가격이 1억엔(약 9억5000만원)에 육박한다. 도쿄 주변 중소 도시의 신축 맨션 분양 가격은 1990년대 초 버블기의 최고가를 넘어섰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이 ‘제로 금리’로 대출받아 맨션 구매에 나서면서 다른 나라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부동산시장 조사회사인 간테이가 최근 발표한 ‘2022년 도쿄 도심 6구(區)의 중고 맨션 평균 가격(전용면적 70㎡ 기준)’은 9800만엔으로, 전년보다 7% 올랐다. 도심 6구는 지요다·주오·미나토·신주쿠·분쿄·시부야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때 부유층만 살 수 있다던 고가 맨션 ‘오쿠숀(1억엔대 맨션)’이 이제는 도심 맨션의 평균 가격”이라고 보도했다. 2004년 당시 4400만엔대인 것을 감안하면 18년 새 2.2배로 뛴 것이다. 도쿄 전체를 봐도, 상승세는 뚜렷하다. 전년보다 8% 오른 6842만엔으로, 20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도쿄에서 집 사면 매년 가격이 조금씩 떨어진다’는 속설이 적어도 이 기간만큼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신축 맨션 분양가도 강세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가 26일 발표한 ‘수도권 지역 신축 맨션 평균 분양가’는 6288만엔으로, 전년보다 소폭 상승해 2년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과거 최고치였던 6214만엔(1990년)을 웃돈 것이다. 사이타마현과 지바현은 전년보다 분양가가 각각 9.7%, 6.7% 급등해 경기 호황기를 연상케 할 정도다.
맨션 가격 인상은 부자 등 투기 세력보다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이 주도한다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 20년간 맞벌이가 늘면서 가구당 소득이 1000만엔(약 9500만원)이 넘는 젊은 부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리쿠르트가 2021년 수도권에서 신축 맨션을 구입한 가구를 조사한 결과, 가구 연평균 수입이 1019만엔이었다. 2008년 조사 때보다 38% 많았다. 또 일본 시중은행은 초저금리로 연 수입의 최대 10배까지 대출해준다. 가구 소득이 1000만엔대인 부부라면 0.3~0.5% 변동금리로 1억엔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35년짜리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는 1.2~1.5% 정도다.
앞으로도 도쿄 주택 가격은 어떻게 될까. 키는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쥐고 있다. 일본은행이 현재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맞벌이 부부들이 신규 매입보다는 월세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오는 4월 일본은행 총재가 바뀌면 금융 완화 정책이 수정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냉각 분위기가 감지된다. 맨션이 팔리는 속도가 늦어지면서 도쿄 내 누적 매물 건수가 1년 전보다 26% 늘어난 1만4328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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