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안전망 기획 5편] [단독] 현실 외면한 고용부 급식실 기준…교육청은 '각자도생'

서진석 기자 2023. 1. 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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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지난 2021년, 학교 급식노동자가 처음으로 폐암 산재를 인정받은 뒤, 정부가 급식실 환기 시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교육청들은, 이 기준을 따를 수 없어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서진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가 급식실 환기 설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가 잇따르자 근무 환경을 개선해 폐암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배기 후드의 흡입 속도에 더해, 후드의 면적당 풍량 그리고 전체 환기량까지 고려해, 흡입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교육청들의 반응은 냉소적입니다.


교육청마다 수백, 수천 곳에 달하는 학교에 각각 수억 원의 예산과 장기간의 공사 기간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A교육청 관계자

"기존에 어떤 기준이 없이 지어졌던 급식실 환경이 있지 않습니까. 조리기구 연결이라던가 천정이라던가…."


대다수 교육청은 '각자도생'에 나섰습니다.


우선, 2천 곳 넘는 급식실이 있는 경기도교육청은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후드의 풍속 등 흡입력은 고용부의 기준을 따라갑니다.


하지만 고용부 가이드라인에 나온 후드의 '유량', 즉 풍량과 함께 전체 환기량의 최소치를 점검 대상에서 배제했습니다. 


대규모 공사로 천장까지 뜯어가며 흡입력을 필요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건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대신 적정량의 배기에 급기, 즉 송풍을 추가해, 정부 기준에 맞는 환기 능력을 갖췄습니다.


인터뷰: 송유성 이사 / 경기도 급식실 5O곳 개선

"배기를 만약에 100이라고 둔다면 급기는 75 정도를 넣어서 75%의 급배기 균형을 맞추는 현장이고요. 급기를 넣는 이유는 전체적으로 오염을 시켰을 때 20초 안에 원상 복귀가 되게끔 하는 것의 원동력이 급기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도 올해 시범학교를 운영한 뒤, 자체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고용부 기준을 따를 경우, 후드의 과한 흡입력 탓에 급식실 내부 압력이 높아져, 자칫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대한 공감대 없이, 덜컥 공사부터 해버리면 공사를 두 번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입니다.


인터뷰: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학교에 가이드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잖아요. 음압이라던가, 화재 위험도 있을 수 있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가이드라인에 전국 급식실 환기 시설은 제각각인 상황.


고용부 기준을 설계한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급식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난달 산업안전공단이 공개한 기술 지침에 '강제 급기' 개념을 추가하는 등 기준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하현철 교수 / 창원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다, 굳이 그 정도 필요 없는데 너무 빨랐다던지 아니면 오히려 너무 느렸다던지, 후드의 모양이 지금은 이렇게 했는데 또 이렇게 하는 게 더 좋겠다라던지 하면 현장의 의견들도 있을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반영해서 조금씩 보완을 해서 나가자는 것입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를 향해, 층고 등 급식실 현실을 반영한 '조리시설 환기 개선 기준 공동 표준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 것을 요청할 계획입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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