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제 강화'·中 '수출 제한'…패권 경쟁 속 기술 보호주의 심화 [특파원+]
대만 반도체 기업들 안정적 생산망 유지 위해 해외 생산 확대
중국, 우위 점한 태양광 웨이퍼 기술 수출 제한 추진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에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은 태양광 발전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첨단 기술 등에 대한 보호주의가 갈수록 강화되는 모습이다.
ASML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자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중국에 수출하지 못했지만, 구세대 장비인 DUV 노광장비는 수출하고 있었다. DUV 노광장비는 EUV 같은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 PC, 로봇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보편적인 기술이다.
ASML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매출의 14∼15%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도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인 니콘에 비슷한 수출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해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와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비롯해 3위 UMC, 그리고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4위 미디어텍 등을 포함해 반도체 대기업 수가 28개에 달한다.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최첨단 반도체 칩 제조 능력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TSMC는 미국·일본 등에 공장 건설을 시작했고, UMC도 일본·싱가포르 등에 투자를 늘렸다. TSMC는 현재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외에 일본에 두 번째 공장 건설을 고려 중이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공장을 짓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에도 공장 건설을 협의 중이다.
UMC는 현재 일본 내 자회사인 USJC를 통해 일본 자동차 부품기업인 덴소와 차량용 전력 반도체를 공동 생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웨이퍼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태양광 산업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더 크고 얇은 웨이퍼를 만들기 위한 첨단기술을 발전시켜 태양광 발전 비용을 90% 이상 줄였다면서, 외국업체들이 구식 웨이퍼를 쓸 경우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러한 수출제한 방침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이 도출될 예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탈탄소와 풍력·태양광·배터리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을 위해 3740억달러(약 459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리서치업체 트리비움 차이나 관계자는 “중국 정부와 태양광 발전업계는 자체적인 태양광 발전 제조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미국·유럽연합(EU)·인도 등의 노력에 대해 틀림없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경쟁자들의 자체 공급망 구축 속도를 늦추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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