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중독성 없는데”...재벌가 3세 스캔들에 ‘의료용 대마’ 울상
의료용 대마 재배·연구 업체 주가 보합·하락세
“의약품에 쓰이는 성분은 환각 작용 없어”
영국에 사는 찰리는 네 살 때 웨스트 증후군이라는 뇌전증(옛날 간질로 알려진 질환) 진단을 받았다. 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는 하루에 최대 120건의 발작을 했다. 발작을 할 때마다 뇌가 자극을 받았고, 지능은 또래 아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랬던 찰리에게 경련이 기적처럼 사라졌다.2019년 5월 베드로라이트(Bedrolite)라는 의료용 대마 의약품을 복용하면서부터다.
찰리는 이 병원도 가지 않는다. 인지 기능도 좋아져서 공립학교에 입학했다. 부모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찰리의 아버지는 “의료용 대마로 찰리의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는 영국 BBC가 지난해 말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를 요구하는 소아뇌전증 환자 가족의 사례로 소개한 가족의 사례다.
전세계적으로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의 움직임이 거세지만, 의료용 대마를 치료제로 활용하려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최근 좌불안석이다.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흡연하거나 유통한 연예인⋅사회지도층 자제 20여 명이 적발되면서 ‘의료용 대마’에 대해서도 오해가 퍼질까 우려한 때문이다. 의료용으로 쓰이는 대마의 성분과 마약으로 쓰이는 향정신성 성분은 전혀 다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날(26일) 희귀·난치성 뇌전증 환자 등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용 대마’를 열흘 안에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을 밝혔지만 증시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대표적 ‘의료용 대마’ 주식인 화일약품의 이날 주가는 전날(2520원)에서 소폭 하락한 2500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화일약품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쓰는 카나비디올 성분 특허를 갖고 있는 카나비스메디칼의 지분 49.15%를 갖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연말 3270원까지 치솟았으나, 올 들어 20% 넘게 떨어졌다.
의료용 대마 사업을 하는 메디콕스의 주가도 하락세다. 이 회사는 해외에서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먹는(경구용) 인슐린 신약’과 ‘카나비디올 성분의 뇌전증 신약’을 수입해 국내에 들여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인슐린 신약이 임상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작년 9월 7800원까지 올랐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1900원으로 떨어졌고, 식약처 발표가 있었던 전날 소폭 오르는가 싶더니 이날 2%가량 떨어졌다. 다만 우리바이오 주가는 이번주 들어 5% 넘게 올랐다. 지난 20일 3030원이던 주가는 전날 31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3170원으로 보합세다.
업계에서는 의료용 대마 기업의 주가가 힘을 못 쓰는 것은 재벌가 3세의 대마 스캔들이 원인을 것으로 본다. 검찰이 최근 이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태교 여행을 가서 대마를 피우고, 자녀 방 안에서 대마를 키우는 등의 기행이 공개됐다.
그러나 의료용 대마에 쓰이는 카나비디올 성분은 대마초의 주성분이지만, 단독으로 복용할 경우 흥분을 일으키지 않고 중독성도 없는 성분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대마는 뇌전증 같은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의약품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 의료용 대마를 허용한 독일은 대마 합법화 추진 중이고, 국제연합(UN) 마약위원회 2020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대마를 ‘가장 위험한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영미권에서는 카나비디올 성분 소아 뇌전증 치료제의 처방 확대와 약값 인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우리 정부도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가고 있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 2018년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과 사용을 허가하고, 작년 8월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 대마 의약품 활성화 정책을 포함시켰다. 오는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할 계획이다.
다만 카나비디올 성분을 의약품 외로 확대하는 것을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허가한 카나비디올성분 의약품은 에피디올렉스(Epidiolex)가 유일하다. 우리 식약처가 추진하는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 역시 해외에서 허가 받은 품목만 포함된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브렌트 바우어 교수도 홈페이지에 “카나비디올 성분은 대마에서 흥분을 일으키는 향정신성 성분인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올)이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이 성분이 파킨슨, 정신분열증, 당뇨 등 치료제에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안전성이나 효과와 관련한 연구는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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