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우려에도 우크라에 탱크 지원 결정한 서방, 다음은 전투기?
확전 우려로 전투기 지원에 부정적…유지 및 보수도 어려워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독일과 미국이 고심 끝에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을 결정하면서 최근 서방의 지원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전투기까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개전 초부터 동맹국들에게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은 전쟁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 지원을 거절해왔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작년 산타클로스에게 소원 카드를 보냈으며, 전투기도 이 목록에 포함됐다"며 서방의 전투기 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서방 지도자들은 여전히 전투기 지원에 대해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난 20일 주독 미군 시설인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에서도 전투기 지원은 의제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미 국방부는 전투지 지원이 효율 대비 위험 부담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1970년대 처음 개발된 F-16은 기동성이 뛰어나며, 6기의 미사일을 장착 가능하다. 지금은 현재 미군이 운용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바레인과 요르단 등에 판매 중이다.
보프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F-16 지원하는 것에 대해 금기란 없다"고 언급했다. 네덜란드는 현재 F-16 14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차세대 F-35로 전환하면서 내년까지 F-16을 없앨 예정이다.
프랭크 세인트 존 록히드마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F-16의 제3자 이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3자 이전을 택한 국가들의 F-16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투기 지원, 여러 문제점 존재…'확전 우려' VS '방어용 무기'
다만 CNN는 지금까지 서방이 지원한 무기들과 마찬가지로 F-16이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봤다. 헤이그 전략연구센터의 연구책임자 팀 스위지는 "그 무기 자체로는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탱크와 군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을 F-16과 유기적으로 운영해 러시아의 레이더 시스템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항공전력 선임연구원인 저스틴 브롱크는 "현실은 서방 전투기도 현재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지상 기반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인해 매우 제약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투기를 활용한 근접 항공 지원은 대부분 중고도에서 이루어지는 데 최적화돼 있으며, 러시아의 방공망으로 인해 최전선 근처에서 전투기를 활용한 작전을 펼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16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우크라이나가 어느 정도 제공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F-16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이를 실제로 운용하기 위한 여러 난관이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부는 조종사가 F-16을 조종하기 위해선 경험에 따라 몇 주에서 몇 달의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F-16의 까다로운 유지 및 보수도 문제다. 폴란드를 비롯해 여러 유럽 국가가 F-16을 보유하고 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일상적인 유지 관리는 우크라이나가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F-16 지원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독일은 비록 F-16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 25일 의회 연설에서 레오파드2 관련 토론 중 "우크라이나로 전투기가 인도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F-16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다면 전쟁이 더욱 위험한 수준으로 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국방 분석가인 피터 위닝가는 "F-16이 모스크바로 비행해 크렘린궁을 폭격할 수 있다"면서 "이는 곧 우리가 원하지 않는 긴장 고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영국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의 브롱크는 F-16 지원으로 "생각만큼 긴장이 고조되진 않을 것"이라며 "순항미사일과 같은 것을 공급받지 않는 한, 전투기를 일종의 공격용 무기 시스템이라는 생각은 우스꽝스럽다"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F-16을 우크라이나로 지원하기 위해선 제조국인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파이너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MSNBC에 "우크라이나와 모든 지원 결정을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것과 그들이 처한 전황에 따라 지원 결정을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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