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걷는 尹…그가 말했던 검찰이 망하는 지름길은?[황형준의 법정모독]

황형준 기자 2023. 1.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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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 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 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 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려고 하다 보면 더 꼬이게 된다. 쾌도난마(快刀亂麻)로 과감하게 끊어낼 건 끊어내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측근이고 ‘내 새끼’여도 엄정하게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한 결과 수천 년 뒤에도 제갈공명은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언행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국민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고 있다. 5가지 테마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살펴봤다.

① 인사 : “인사로 국민 달랠 기회 날려”

과거에 대통령이 느닷없이 국면 전환 차원에서 인사를 하던 시절에도 책임을 물을 뭐가 있어야 했지, 그냥 사람을 바꾼 적은 없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많은 언론과 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선을 그었다. 이어 3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당분간 개각은 없다”며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개각설을 일축했다.

장관과 정책수석, 불난 집은 놔두고, 불똥 튄 옆집에만 물세례를 퍼부은 ‘엇나간 인사’. 청와대는 인사로 국민을 달랠 기회마저 날려 버렸다.

이 장관 해임을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의 논평 같지만 이는 김은혜 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2020년 8월 당 대변인 시절 문재인 정부를 향해 냈던 논평이다.

당시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 등 부동산 민심이 격화되고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질 때였다. 그러나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9%로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보다도 높았다.

위기가 계속되면 위기인지 모른다. 성적이 조금만 오르면 괜찮은 점수인 듯 좋아한다. 간신히 낙제점을 벗어난 것인데도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 극복을 외치며 대선에 도전했던 윤 대통령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보호했던 문 전 대통령과 별 차이가 없다. 잘라야 할 ‘제 식구’는 보호하기 바쁘고 자르지 않아야 할 참모들은 해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을 자를 수 없으니 대신 자르라고 있는 게 정무직 공무원과 대통령실 참모진이다.

14일 서울공항에서 6박 8일간의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순방길에 나서는 대통령 내외를 환송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윤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물론 이상민 장관은 취임한 지 8개월도 안 됐다. 대통령실의 ‘선(先)진상조사 후(後)문책’이라는 방침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반쪽’짜리로 끝났다. 야당은 이상민 장관 탄핵을 추진하는 등 정국은 계속 꼬이고만 있다. 정국 경색을 풀어내지 못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윤 대통령은 아집과 오기로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충암고 후배이자 대통령 측근인 이상민 장관 스스로 시한부 거취를 표명함으로써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그해 연말 해수부 예산안이 처리된 뒤에 스스로 거취를 표명했다. 이상민 장관이 이 전 장관처럼 유가족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도 아니다.

② 정무 : 무능한 참모진, 귀 닫는 대통령

꼬인 것은 이뿐만 아니다. 나경원 전 의원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갈등은 점입가경, 화룡점정이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배포한 나경원 전 의원 관련 보도자료를 보고 헛웃음을 터뜨린 사람이 적지 않다.

먼저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대통령께서는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서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입니다.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입니다.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입니다.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해임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가 친윤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데 이어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선 것이다.

김 비서실장의 워딩은 그 자체로 낯 뜨겁다. 국정 현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첫 번째 문장부터 동의하기 어려운 이들이 많을 것이다. 경제외교 활동을 하기 바쁜 분이 이렇게 당무에 개입했다는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런 인식을 가진 이가 비서실장을 하고 있으니 지금 누가 브레이크를 걸 것인가.

김 비서실장을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김 비서실장이 과연 본인의 의사대로 저렇게 문구를 작성했겠냐”고 했다. 윤심(尹心), 대통령의 뜻이 직접 또는 누군가를 거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김 비서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나 전 의원은 20일 “관련된 논란으로 대통령님께 누(累)가 된 점, 윤석열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출마를 고심하던 그는 결국 25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간 공천 파동이 일찌감치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당 대표가 여섯 군데 지역 공천장에 당인(黨印)을 찍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가버린 ‘옥새들고 나르샤’와 같은 초유의 사태가 향후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③ 언어 : 잇단 말실수… ‘사과’는 없어

그는 첫 만남에선 ‘하십시오체’를 썼지만 이후 ‘해요체’는 쓰지 않았다. 바로 ‘하게체’와 반말로 넘어갔다. ‘석열이형’, ‘보스’ 이미지가 강해 친근하면서도 고개를 수그리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발음이 정확하고 억양이 강해 말에 힘이 있었고 말과 함께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고 손동작이 컸다.

사석에서 그의 입에선 ‘이 X끼’ ‘저 X끼’ ‘이 놈’ ‘저 놈’ 등 거친 단어가 튀어나왔다. 편하게 후배 검사들을 지칭할 때나 적개심이 있는 상대방을 향해 썼던 단어다.

당시 그의 이런 언어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검사 선후배들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어는 아니다. 이런 언어습관이 결국 방미 중 벌어진 MBC의 자막조작 논란을 빚은 사고로 이어졌다. 그의 육성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귓속에서 ‘그 음성’이 실시간 재생됐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해 11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나오는 모습. MBC 유튜브 캡처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또는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하면 그가 입법부를 비하한 게 된다. 대통령보다 한수 아래로 보거나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것. 그런데도 그는 사과나 송구스럽다는 표현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냥 말실수 했다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었다.

‘자막 조작’ 등 MBC의 보도가 왜곡됐다고 대통령전용기 ‘1호기’에 태우지 않았다. 관련 보도에 일부 문제가 있었더라도 1호기를 못 타게 한 것은 민망하기 짝이 없다. 연달아 1호기에서 언론사 기자 2명만 콕 찍어 부른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1호기에 태우지 않는 것은 ‘참 사소한 보복’이다. 총장 시절 그를 정치적 위기에 빠뜨렸던 MBC의 ‘검언유착’ 보도 등에 대한 반발이 담겼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본다. 그가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던 시절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찾아보니 민주당 강훈식 의원도 지난해 똑같이 지적했다. 사람 생각은 비슷하다.) 그나마 이달 중순 중동·스위스 순방에선 탑승 금지가 해제된 것은 다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두바이 자빌궁에서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오른쪽)와 면담한 후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번 순방에서 문제가 된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도 비슷하다. 이란 측이 자국 주재 윤강현 한국대사를 부르자 우리 외교부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상대국 입장에선 방귀 뀐 놈이 성 내는 격이다. 외교관들이 물밑에서 사과하거나 대통령실이 인정했으면 될 일이다.

공자는 정치에 대해 “가까이 있는 사람은 기쁘게 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은 오게 하는 것(近者說遠者來)”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주변 참모진은 물론 야당 의원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중도층과 야당 지지층, 외국 정상 등에게 좀 더 마음을 살 필요가 있다.

④ 대국민·대언론: 신년 기자회견 대신 단독 인터뷰

1월 2일자 조간 신문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통령이 한 언론사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일은 드물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지만 그나마 공영방송인 KBS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검사를 그만두고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이던 시절 조선일보 사장의 변호인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그가 조선일보 사장과 만났다는 보도가 난 뒤 만나서 얘기했던 내용이다.

내가 태평양에서 변호사 할 때 변호인이었다. 변호사 때는 자주 뵈었지. 그러다가 검찰에 복귀하고 나서 1년에 한 번씩은 옛날 팀들하고 만났는데 못 뵌 지 꽤 됐어. 근데 얼마 전에 결혼식에서 만났어. 저녁 한번 하자고 하시길래 ‘합시다’ 했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 대해 “가장 먼저 만나는 국민”이라고 했다고 한다. 언론의 대표인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을 물먹이는 건 대통령의 판단 미스다. 1개 언론사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사들을 적으로 돌리는 건 쉽사리 이해가지 않는다. 대통령이 모든 언론과의 신년 기자회견 대신 우호적인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기자들만 따로 불러 만남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 차라리 걸리지라도 말았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원래 ‘프레스 프랜들리’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도어스테핑도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에 데었다고 해서 신년 기자회견이 아니라 특정 언론만 상대하며 ‘편 가르기’를 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공정이다. 대통령은 사적인 인연과 감정에 연연하면 안 되는 자리다.

⑤ 검찰·사정: 尹이 언급했던 검찰이 망하는 지름길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은 성역 없이 반드시 해야 된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선봉에 섰던 윤 대통령이 그 폐해를 알고서도 이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지금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과제를 안고 있고 당시에도 똑같이 정치보복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난 기본 방침이 야당 관계자는 털도록 해보고 안 털리면 남은 걸로 기소한다.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설명 들어보고 다 털어줄 거 털어주고 그래도 객관적인 게 남으면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검찰이 망하는 지름길… 이우현하다보니 홍문종이 나온 거고. 일부러 뒤지려고 한 게 아니다. - 취재 메모 중

2018년 10월 당시 ‘예산정보 유출 의혹’ 관련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등에 대한 수사가 막 시작됐던 시기 그가 했던 말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그 시기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우현 홍문종 전 의원 등 당시 야권 관계자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야당 탄압이라는 뒷말을 낳지 않기 위해 표적수사는 물론 하지 않고 가급적 야당을 향한 수사일수록 ‘(무혐의로) 털어준다’고 했던 그다.

2017년 10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에도 이같이 말했다.

제가 집권해 정치 보복을 한다면 아마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저부터 정치적 기반과 국민들의 동의를 상실할 거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청와대가) 그런 개입들을 많이 하고 있을 거라고 저는 추측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나중에 굉장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권력이 셀 때 남용하면 반드시 몰락하게 돼 있다. 그런 무모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자칫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공안부서를 모두 야권이나 전 정권 인사에 투입해 수사하고 있다. 최근 쓴 칼럼에서 이를 다룬 바 있다.

檢 저인망식 야권 수사로 미제사건 늘고, 국민도 피로감[광화문에서/황형준]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217/117037824/1

한동안 윤석열 정부가 뭐를 하겠다는 게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선 법무부, 검찰만 보였다. 그나마 최근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이라는 과제를 강조하면서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3대 개혁 추진을 밝히자 검찰과 공안당국이 개혁을 위한 집행기관이라도 된 것인 양 민노총 연계 간첩 사건, 노조 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⑥ 조언: 선출된 권력은 국민 앞에 겸허해야

요즘 대통령이 ‘마이웨이’를 걷는 외골수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예전과 달리 주변의 직언을 안 받아들이고 쓴소리를 하면 서운해한다는 것.

비선 논란도 계속 제기된다.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며 잠시 숨죽이던 김건희 여사도 다시 공식 무대로 올라오며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김 여사의) 오빠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후보 시절부터 천공 스님 등 무속 논란까지 빚어졌다. 최순실 씨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그야말로 ‘비선 실세’ 논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보고를 받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려 했지만 이를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윤 대통령이 실제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는지,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는지 궁금하다. 선출된 권력은 국민 앞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 ‘항명’해선 안 된다.

서울중앙지검을 출입하던 2019년에 그가 3년 뒤 대통령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합리적인 중도 성향으로 정치를 하게 된다면 ‘잘할 것 같다’는 개인적 기대가 있었습니다. 검사였던 그와 여러 차례 만나 생각을 엿볼 기회도 있었습니다. 법조 출입에서 다시 국회 출입으로 옮길 때 선약을 취소하고 송별 점심을 사줄 만큼 정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현 시점에서 대통령실 출입기자도 아니고 최근에 본 적이 없는 제가 그의 과거 생각을 일부 공개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이 컸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알 권리와 선출한 대통령에 대해 역사의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는 판단, 그리고 의무감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대선 당선 후 그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검찰 출신 편중 인사, 무속 논란, 잇따르는 설화 등 8개월 성적표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4년 4개월의 임기가 남았습니다. 국민들은 그의 ‘통 큰 정치’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야당과 그 지지층도 국민들이 다수결로 뽑은 대통령을 존중해야 합니다.

해외기업 및 해외프로젝트 유치, 경제회복, 청년일자리 창출, 미래산업 육성,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 등 성과를 낼 분야가 많습니다. UAE서 300억 달러 유치한 것도 분명 국민들이 박수쳐야 할 성과입니다.

지지층만 보고 가는 정치, 국민을 통합시키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단기적으론 지지율을 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양극단의 정치가 심해질수록 국민갈등은 커집니다. 그가 후보 시절 내세웠던 포용과 협치, 화해와 통합 등의 가치가 다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2월 2일 공개될 <5화>에선 야권 인사로 넘어가 ‘츤데레’ 별명을 가진 분을 다루겠습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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