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장님 ‘폐업딱지’도 가장 많이 붙인다

2023. 1. 27. 11: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구원 ‘자영업자 폐업’보고서
20대, 도전정신 살려 ‘창업의 중심’
2021년 2030 사업체 5만개 늘어
매출 높아도 쥐는 돈 최저임금 수준
사업 접을 확률 60대보다도 높아

“3년간 모은 돈이 1억5000만원인데, 회사 생활도 지겹고, 창업하면 돈 좀 더 벌까요?(20대 직장인)”

창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글이다. 이에 갖가지 댓글이 줄을 잇는다. “젊을 때 도전해보라”는 글부터, “직접 해봐야 매운 맛을 안다”는 조언까지 이어졌다.

20대 창업 배경은 다양하다. 취업난에 달리 대안이 없거나, 직장문화가 식상해 창업을 고민하기도 한다. 돈을 더 벌고 싶어 창업한다는 이들도 많다. 물론, “사장님이 꿈”이란 도전 정신도 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최근 가장 많이 창업에 나서는 연령대가 20대다. 그리고 가장 많이 폐업하는 연령대 역시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60대보다 더 망할 확률이 크다는 연구 결과다.

가장 폐업 확률이 적은 연령대는 50대. 바로 이들의 부모 세대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젊은층으로부터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창업에 있어선 부모 세대의 노하우와 경험이 큰 자산인 셈이다.

▶60대보다 폐업 위험이 큰 20대=27일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2022 코로나 19 이후 서울시 자영업자 폐업의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이 강타한 2020년 이후 폐업 위험률이 가장 높은 사업자의 연령대는 20대였다. 보고서는 20대 대비 위험률로 세대별 분석을 진행했는데, 가장 폐업 위험이 적은 연령대는 50대로, 20대 대비 0.79배였다.

20대는 심지어 60대 고연령층보다도 폐업 위험률이 더 높았다. 20대 대비 0.93배였다. 그 뒤로 30대(0.87배), 40대(0.8배) 등의 순이었다.

연구원 측은 “재창업 등 자영업에 재진입한 경우도 있고, 자본·경험 등의 노하우 때문에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안정적인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시기별 추이를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19년 하반기~2020년 상반기의 경우, 20대의 폐업 위험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보였다. 급격히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전환에 20대가 발 빠르게 대응한 여파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내 다시 20대 폐업 위험률은 현 수치대로 높아졌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연구원 측은 “전 연령대로 플랫폼 보급이 곧 확대되면서 다시 20대와의 위험률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초기엔 배달 앱 등에 중장년층이 적응하지 못했지만, 이내 이를 흡수하면서 20대 창업만의 이점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소매업 업종 중에선 편의점, 식료품가게, 옷가게, 의료용품가게, 화장품가게, 정육점, 휴대폰가게 순으로 폐업이 많았다. 음식점업 중 폐업이 많은 업종은 한식전문점, 간이주점, 커피음료점, 분식점 순이었다.

▶코로나 위기에도 급증한 20대 창업=20대 창업이 가장 폐업할 확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이지만, 최근 들어 가장 창업에 많이 뛰어드는 연령대 역시 이들 세대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의 ‘2021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체 수는 411만7000개로 전년 대비 1만개(-0.2%) 감소했다. 소상공인 종사자 수는 720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7만7000명(-1.1%)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나 예술·스포츠·여가업 등을 중심으로 종사자가 감소했다.

소상공인의 총 부채 역시 426조원으로 전년 대비 29조원(7.4%)가량 늘었고, 이에 따라 사업체당 부채도 평균 1억7500만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700만원(4.2%) 증가했다.

갈수록 창업 환경은 혹독해지고 있고, 소상공인 사업체도 일 년 만에 1만개가 사라질 만큼 위축돼 있지만, 2030세대로 좁혀보면 또 상황은 다르다. 오히려 같은 기간 20대와 30대는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20대와 30대가 대표자인 사업체는 각각 전년 대비 2만2000개, 2만6000개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감률로 보면 20대가 11.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30대도 전년 대비 4% 늘어난 수치다.

40대, 50대, 60대는 일제히 전년 대비 사업체가 줄었다. 각각 9000개, 2만5000개, 2만3000개 감소했다. 증감률로는 전년 대비 각각 0.8%, 1.9%, 2.7% 감소했다.

극명하게 2030세대와 부모세대가 갈린다. 2030세대가 최근 신규 창업의 중심에 있다는 의미다.

▶창업 평균 연소득은 2800만원, 냉혹한 현실=20대가 대거 창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과감한 도전 정신과 별개로 냉정한 사전 준비가 꼭 필요한 이유다.

중기부·통계청의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창업비용은 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사업체가 갖고 있는 평균 부채액 역시 전년 대비 4.2% 증가한 1억7500만원이다. 창업을 한다면 기본적으로 1억원 이상 빚은 갖고 있다는 뜻이다.

평균 매출액은 연간 2억2500만원으로 20대 직장인 연봉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중요한 건 영업이익. 사업체 당 영업이익은 평균 2800만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9620원.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 등을 감안한 월급은 약 201만원, 연봉으론 2412만원이다. 어렵사리 창업해도 상당수는 최저임금과 비슷한 소득에 그치고 있다.

식당을 8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모(39) 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하면 매출액에 놀라게 된다. 당장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라며 “정작 직원 월급 주고 각종 세금 내고 월세 지불하고 나면 생각보다 남는 돈이 없어서 또 놀라게 된다”고 토로했다.

창업동기 1위는 ‘자신만의 사업을 경영하고 싶어서’이고, 그 뒤로 ‘수입이 더 많을 것 같아서’다.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경영 어려움은 ‘경쟁심화(42.6%)’, ‘원재료비(39.6%)’, ‘상권쇠퇴(32.0%)’, ‘방역조치(15.7%)’ 등의 순이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