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 이자 갚다 허리 휜다"…차 구매 미루는 韓소비자들

글로벌 경기침체 확산과 고금리 여파로 고가 품목의 구매 계획을 미루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자동차 구매의향이 작년 연중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 자동차구매의향지수(VPI) 월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소비자의 VPI 지수는 인플레이션·고금리 정책 지속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미국·영국·한국 등 24개국 18세 이상 1000여명 소비자 대상으로 6개월 내 차량 구매 계획을 조사했다. 리포트는 2021년 10월 VPI 지수(100)를 기준으로 상회하면 자동차 구매의향이 증가, 하회하면 감소인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심리는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등락을 반복했다. VPI 지수는 2021년 12월 107.2를 기록한 후 92.4(2022년 1월), 114.9(2월), 96.7(3월), 111.0(4월), 93.5(5월), 99.5(6월)를 기록했으며, 하락 시에도 100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119.3(7월)을 기록한 후 86.8(8월)로 하강한 뒤 69.5(9월), 63.7(10월)까지 내려갔다. 이후 86.5(11월)를 기록했지만 70.5(12월)로 떨어졌다. 7월 이후 VPI 지수가 5개월 연속 90선 미만을 기록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자동차구매의향이 저조했다는 방증이다.

구매의향 하락요인으로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인한 가처분 소득 감소 △차량 유지비용 부담 증가 △자동차 할부금리 상승(작년 하반기 기준 11%)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 증가 등이 꼽혔다.

글로벌 소비자 구매 우려 요인을 살펴보면 국내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고가 품목 구매 계획 연기'와 '현재 저축금액 소진 우려'를 꼽은 응답이 각각 45%였다. 반도체 및 부품 공급 이슈,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해 글로벌 차량 구매 의향 지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조짐을 보였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자동차산업 리더는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며 한국과 글로벌 소비자 VPI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자동차 판매 시장에도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자동차 업계는 달라진 소비자의 이용 패턴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대비할 탄탄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