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카트라이더’ 사라진다…‘국민 게임’에 보내는 롤링 페이퍼

이경은 기자 2023. 1. 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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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누구나 쉽게 즐기던 게임 ‘카트라이더’가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는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국민 게임’을 위한 이용자들의 롤링 페이퍼를 준비했다.

카트라이더 안 해본 사람 있을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창 시절 꼭 한 번은 해봤을 장수 게임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카트라이더)가 3월 31일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공식 종료 공지 전인 9일, 한 온라인 기사로 이 소식이 먼저 전해지면서 기존 카트라이더 유저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종료를 앞둔 게임이라기엔 '카트라이더 리그 슈퍼컵’이 준비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각종 업데이트도 꾸준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부 유저는 12월 22일 넥슨 사옥 앞 트럭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1월 5일 카트라이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열린 카트라이더 장례식.

1월 5일 카트라이더 공식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카트라이더 장례식 'Dear 카트라이더’에는 조재윤 니트로스튜디오(넥슨 자회사) 디렉터가 함께했다. 조 디렉터는 "카트라이더의 노후화를 극복하려 노력했지만 완전한 성공을 얻지 못했다"면서 "구성원 누구도 서비스 종료에 대한 이야기가 쉽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행사에서는 카트라이더 기존 유저를 위한 각종 보상안도 함께 공개됐다. 카트라이더 관련 넥슨 캐시 환불, 기존 유저 드리프트 레이서 포인트 전환 지원, 카트라이더 실물 굿즈 증정 등이 그것. 꽤 구체적인 보상안이었지만 실시간 시청자 반응은 "섭종(서버 종료) 철회" "굳이 종료해야 할까" 등 남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넥슨코리아는 1월 12일 그 후속으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드리프트)를 출시했다. 2004년부터 18년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은 카트라이더를 추억하며, 유저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모았다.


"올 게 왔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보자!"

제황(32)
• 카트라이더 전문 트위치 스트리머
• 레벨 108(최고 레벨)

언제부터 카트라이더와 함께했나요.

2004년 첫 베타 출시부터요. 당시 메인 화면에 아무것도 없이 딸랑 버튼 4개만 있던 게 생각나네요.

역사를 함께했네요. 서비스 종료를 듣고 놀랐겠어요.

처음엔 누가 장난친 줄 알았죠. 늘 '망겜(망한 게임)’이라며 언제 서비스 종료하냐는 장난은 예전부터 있었으니까요. 진짜라고 하니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슬프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올 것이 왔구나’ 싶었죠. 카트라이더가 정말 오래되기도 했고, 크진 않지만 버그 등을 안은 채 지금껏 유지되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보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존 카트라이더에서 쌓은 레이싱 포인트로 드리프트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드리프트는 출시 발표에서 '페이 투 윈(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 요소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보상을 차별화할지 모르겠어요. 점점 좋은 성능의 카트가 나올 테니 지금 얻는 아이템 가치가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고요. 그래서 실물 굿즈 보상이 더 기대돼요. 카트라이더 팬으로서 카트 실물을 전시해서 보고 있으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둘 다 가지면 더 좋고요(웃음).

카트라이더를 보내며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출생(오픈 베타)부터 사망(서비스 종료)까지 지켜본 건 이 게임이 처음이에요. 인생 절반을 함께해온 게임이라 아쉬움이 더 커요. 추억은 사라지지만 오래된 게임을 리셋(reset)하는 드리프트가 잘되면 좋겠어요. 제주도에 있는 '넥슨컴퓨터박물관’에 가면 이 게임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카트라이더의 상징같은 배찌 캐릭터.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는 가족"

박인수(25) 선수
• 리브 샌드박스(Liiv SANDBOX) 카트라이더 팀 주장
• 레벨 108(최고 레벨)
• PRO 라이선스

언제부터 카트라이더와 함께했나요.

중학생이던 2012년, 친구와 함께할 게임을 찾던 중 카트라이더를 발견했어요. 평소 레이싱 게임을 좋아해서요. 18세가 되던 해 리그 준비를 시작했고, '2015 카트라이더 리그 에볼루션’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종료에 놀랐겠어요.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을 보는 심정이에요. 처음엔 인정하기 어려워 애써 외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어요. (카트라이더의 마지막 순간을) 더 즐기고 싶지만 여전히 아쉽고 슬퍼요.

1월 5일 생중계에 따르면 기존 카트라이더 리그가 드리프트로 연계된다는데.

발표를 듣고 '아직 꿈이 사라지진 않았구나’ 싶었어요.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고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몰랐거든요.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했던 게 사실입니다. 리그가 보존·연계돼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앞으로도 카트라이더 리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새 게임인 드리프트와 연계해 각종 보상이 이뤄진다고 들었어요.

넥슨이 유저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어요. 종료는 아쉽지만 유저들도 보상과 함께 행복한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카트라이더를 보내며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힘들었던 시절 함께해줘서 고맙고 덕분에 항상 행복했습니다. 10~20대의 많은 순간에 카트라이더가 묻어 있어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했어요. 드리프트가 새로 출시됐는데 이 게임도, 리그도 잘돼서 그 행복을 모두가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카트라이더, 사랑합니다.


"카트라이더로 모두가 함께 했다"
서울 강남구 거리에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오른쪽)

손현하(23)
•대학생
•레벨 89

카트라이더 첫 플레이가 언제인지.

초등학교 1학년 때 오빠를 따라 시작했어요. 부모님이 오빠와 함께하는 온라인 게임은 허락해주셨거든요.

카트라이더 종료 소식을 듣고 어땠나요.

기사로 접하고 정말 아쉬웠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추억이 있는 게임이거든요. 조작법이 쉬워 실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최고의 장점이었어요.

카트라이더 후속작 드리프트가 출시됐는데.

카트라이더는 캐릭터와 카트를 모으는 재미로 했는데 드리프트에서도 어떤 귀여운 것들이 등장할지 기대돼요.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래픽이나 게임 운영 측면에서 발전하더라도 구석구석엔 추억의 카트라이더가 자연스레 숨어 있으면 좋겠어요.

카트라이더를 보내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고등학교 시절엔 시험 끝난 날 다 같이 PC방에 가서 카트라이더를 즐겼고, 대학생 때는 공강 시간에 카트라이더를 하면서 보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자가 격리를 할 때도 친구들과 보이스톡을 켜놓고 카트라이더 하면서 놀았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내준 카트라이더에게 고마워요.


"END 아니라 AND"

조재윤
•니트로스튜디오 디렉터
•카트라이더 담당

오랜 시간 이끈 카트라이더의 끝이 보입니다.

18년 동안 카트라이더와 함께해 영광이었어요. 유저분들과 함께 꿈을 꾸고 달릴 수 있어 행복했고요. 카트라이더는 추억이 되지만, 그 뒤를 잇는 드리프트와 함께 새로운 시간과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카트라이더 유저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그동안 카트라이더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또 그 사랑 변치 않고 드리프트에도 나눠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카트라이더 IP(지적재산권)는 여기서 'END(끝)’가 아닌 'AND(그리고)’니까요.

카트라이더를 보내며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저들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플레이 기록, 라이더명 등을 스냅샷으로 남길 수 있는 '스냅샷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특히 사랑받았던 카트라이더 배경음악을 플레이리스트로 아카이빙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카트라이더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의 추억이 되겠지만 레이싱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카트라이더 #국민게임 #넥슨 #여성동아

사진 이경은
사진제공 손현하 유튜브 '제황’ 캡처 샌드박스네트워크 넥슨코리아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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