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의 차이나 트렌드] 중국 합작, 이래서 어렵다…태국 원조 레드불, 中 파트너에 상표권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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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소가 태국 황소를 이겼다. 태국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레드불(Red Bull)의 중국 내 생산·판매 권한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서다. 중국 법원은 태국 원조 기업 TCP그룹과 중국 합작법인 레드불 차이나(中國红牛 중국홍우)의 소송에서 중국 회사인 레드불 차이나의 손을 들어줬다. 레드불은 외국 기업이 중국 파트너와 합자 형태로 중국에 진출한 후 분쟁 끝에 무릎 꿇은 또 다른 사례란 평가가 나온다.
레드불 차이나는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 첸하이 합작구 인민법원이 레드불 차이나가 중국에서 레드불 브랜드 음료를 생산·판매할 독점권을 갖고 있다고 판결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1995년부터 50년간 레드불 차이나의 중국 내 레드불 음료 독점 운영의 합법성이 확인됐으며, 중국에서 TCP나 제3자가 같은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행위의 불법성이 확정됐다는 게 레드불 차이나의 설명이다.
판결 결과와 관련, 태국 TCP그룹은 “이번 판결은 1심 판결로,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항소 절차를 시작했다”는 입장을 지난달 30일 밝혔다. TCP는 “이번 판결이 ‘50년 조항’의 유효성에 대해선 어떤 인정도 하지 않았다”며 “합자사인 레드불 차이나가 밝힌 ‘1995년부터 50년 동안 레드불 차이나가 중국에서 레드불 음료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합법성을 인정했다”는 게 판결의 내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 합자사를 세우면서 합의한 협력 시한이 20년(TCP 측)인지, 50년(레드불 차이나 측)인지가 두 회사간 6년여 간 싸움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레드불은 2021년 전 세계 172국에서 캔 98억 개가 팔린 대표적인 에너지 보충 음료다. 밤새 공부하거나 야근할 때, 장기간 운전할 때, 활동량이 많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할 때 등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내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레드불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 많다. 태국 제약사 TCP 창업자인 중국계 태국인 사업가 찰레오 유비디야(Chaleo Yoovidhya 許書標)와 오스트리아인 디트리히 마테쉬츠(Dietrich Mateschitz)가 1984년 오스트리아에 레드불 GmbH란 회사를 세우고 3년 후인 1987년 ‘레드불’ 브랜드로 첫 제품을 출시했다. 레드불의 모태는 유비디야가 1975년 개발해 동남아에서 주로 판매한 에너지 드링크 크라팅다엥(Krating Daeng, 태국어로 붉은 소란 뜻)이다. 카페인, 타우린, 이노시톨, 비타민 B, 사탕수수 등을 함유한 무탄산 음료로, 처음엔 건설·운송 등 분야의 육체 노동자층을 겨냥해 판매했다.
마테쉬츠는 독일 치약 회사 블렌닥스의 마케팅 임원으로 일하던 중 태국 출장 중에 크라팅다엥을 맛보고 시차로 인한 피로가 풀리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마테쉬츠와 유비디야는 각각 50만 달러를 투자해 오스트리아에 레드불 GmbH 회사를 세웠다. 각각 49% 지분을 가졌다. 나머지 2% 지분은 유비디야의 아들 찰름(Chalerm)이 가졌다. 이 때문에 2012년 유비디야 사망 후, 아들인 찰름이 레드불 지분 51%를 갖게 됐다. 사망 당시 유비디야는 순자산 50억 달러를 보유해 태국 3위 부호로 이름을 올렸다.
1987년 오스트리아에서 첫 출시된 레드불은 유럽인 입맞에 맞춰 원조 음료인 크라팅다엥에 탄산을 첨가하고 당도를 낮춘 제품이다. 파란색과 은색 캔으로 된 레드불은 출시 직후부터 젊은 층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끌며 유럽 전역으로 확장했고, 1997년엔 미국 시장으로 진출했다. 미국 시장조사 기업 T4의 보고서에 따르면, 레드불은 2020년 세계 에너지 드링크 시장 점유율 43%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몬스터에너지가 39%(2위), 록스타가 10%(3위)로 뒤를 이었다. 2021년 레드불 전 세계 매출은 88억7000만 유로(약 12조 원)로,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60억7000만 유로) 대비 46% 이상 늘었다.
유비디야와 TCP그룹이 중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3년이다. 중국 남부 섬 하이난성에 톈쓰(天絲)란 중국 법인명으로 중국 첫 공장을 세우고 훙뉴(红牛, 중국어로 붉은 소란 뜻)란 중문 브랜드명을 지었다. 이어 1995년 중국 레인우드그룹(Reignwood Group 화빈그룹)과 ‘훙뉴 비타민 음료 유한공사(Red Bull Vitamin Drink Co. Ltd. 레드불 차이나)’란 합자사를 세웠다. 레인우드그룹은 중국계 태국인 사업가인 찬차이 루아이룽루앙(Chanchai Ruayrungruang 嚴彬 옌빈)이 1980년대 태국에서 설립했다가 중국으로 옮긴 회사다. TCP그룹이 상표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레인우드그룹이 중국 내 제조와 판매를 맡기로 합의했다. ‘목이 마르면 레드불을 마시고, 졸리고 피곤하면 더 레드불을 마신다’는 광고 카피로 중국 에너지 드링크 시장을 개척했다. 합자사는 중국 5개(베이징, 후베이성 셴닝, 광둥성 포산, 장쑤성 이싱, 구이저우성 구이안 신구) 지역에 생산 기지를 갖췄다.
양측 갈등은 합자사 출범 20년 후인 2015년 말 불거졌다. TCP그룹은 양측 협력 기간이 20년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레드불(훙뉴) 상표 사용권은 2016년 만료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레인우드그룹은 1995년 11월 체결한 합의서를 내밀며 합자사인 레드불 차이나가 2045년까지 50년간 중국에서 레드불 음료를 생산·판매할 독점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상표, 제품, 판매권을 놓고 맞소송을 내며 소송전에 돌입했다. 양측 파트너십은 2018년 9월 공식 종료됐으며, 현재 레인우드그룹이 중국 사업(레드불 차이나)을 지배하고 있다.
TCP그룹은 선전시 법원 판결과 레드불 차이나의 성명 발표와 관련, 지난달 30일 “판결문엔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나 중대한 잘못이 있다”며 “이번 판결문이 합자사인 레드불 차이나의 레드불 상표 사용 권한 만료와 운영 기간 만료 사실을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중국 최고 심판 기구인 최고인민법원이 2020년 12월 21일 ‘TCP그룹이 보유한 레드불 상표권과 레드불 차이나의 상표 사용 허가 합의가 2016년 10월 6일 만료됐다’는 사실을 최종 판결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1998년 8월 레인우드그룹 등 투자자 측과 서명한 ‘98년 합자 계약’을 제시했다. ‘합자 회사의 기한은 20년으로 한다’는 내용과 ‘98년 합자 계약의 법률 효력이 이전에 형성된 어떤 기타 문건보다도 높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또 레인우드그룹이 주장하는 1995년 11월의 합의서는 각 당사자가 정식으로 서명한 유효한 합의 문건이 아니라고 했다.
앞서 2020년 최고인민법원 최종심에서 레인우드그룹 측이 제출한 ‘50년 유효 합의서’의 진위를 놓고 의문이 제기됐다. 이 합의서가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었기 때문이다. 레인우드그룹 측은 1995년 11월 1일 4개 기업이 공동 체결한 이 합의서에 ‘레드불 차이나만이 중국에서 레드불 생산 판매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19년 광둥성 민사 판결에 따라 “태국 TCP는 서면 동의나 허가 없이 중국에서 레드불 음료 유사 제품을 생산·판매할 수 없다”고도 했다. 레인우드그룹 측은 지난해 2월 돌연 재판부에 ‘50년 유효 합의서’ 원본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TCP그룹은 “레드불 차이나 경영 기한과 상표 사용 허가 기한이 만료된 후에도 레인우드그룹이 여전히 침해 제품인 ‘훙뉴 비타민 기능 음료’ 위법 생산과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의 법치 체계를 멋대로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유비디야 가족이 전 세계 레드불 브랜드와 레드불 상표의 설립자이자 소유자이며, 전 세계 레드불 제조법의 독점 보유자”라고 강조했다. 유비디야 가족은 2020년 5월 중국 사업 재구축에 3년간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중국 시장에선 중국판 레드불과 태국 TCP 레드불, 오스트리아 수입 레드불이 함께 팔리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내가 마시는 게 어떤 레드불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중국판 레드불은 250㎖ 캔당 6위안(약 1000원), 오스트리아 오리지널 수입 제품은 250㎖ 캔당 15~16위안(약 2700~2900원) 수준이다.
매출은 중국판 레드불이 압도적으로 많다. 양측이 완전히 갈라선 후 첫해인 2019년, 태국 TCP의 중국 연간 매출은 1억5000만 달러(약 1840억 원), 중국 레인우드그룹의 레드불 연간 매출은 223억 위안(약 4조 원)으로 집계됐다.
레인우드그룹 측은 “2019년부터 태국 TCP가 중국에서 계속 출시한 ‘레드불 비타민 맛 음료(수입, 국산)’와 ‘레드불 비타민 타우린 음료’ 등은 모두 불법 생산되거나 판매된 권리 침해 제품”이라며 법적 책임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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