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는 인터미션 소통하는 또다른 무대

박세희 2023. 1.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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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얘기하고 큰 절하며 새해 인사
장시간 뮤지컬 쉬는 시간인
‘인터미션’에 관객들과 소통
‘캣츠’에선 공연에 살 붙이고
‘마틸다’선 1·2막 연결 통로
고가 관람료에 부가 서비스
사전 공연도 새로운 트렌드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누비며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이 매력인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뒷줄 가운데)는 인터미션 때에도 무대에 남아 관객들과 소통한다. 클립서비스 제공

지난 설 연휴 기간 많은 가족 단위 관객들을 불러모은 뮤지컬 ‘캣츠’. 22일 공연 1막이 끝나고 관객석에 불이 켜졌지만 선지자 고양이인 올드 듀터러노미는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의아해하는 관객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든 올드 듀터러노미는 큰절을 하며 새해 인사도 해 뜨거운 박수갈채까지 받았다. 이어 그는 무대 위에서 5분 더 관객들을 바라보다 그제야 무대를 내려갔다.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 그리고 1막과 2막 사이 15∼20분간의 인터미션. 보통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것도 이젠 옛말. 이젠 본 공연이 시작하기 전 사전 공연이 있고, 인터미션 때에도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뮤지컬 ‘캣츠’는 고양이들의 축제인 ‘젤리클 볼’에 각각의 고양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내용. 선지자인 올드 듀터러노미는 고양이들의 사연을 모두 귀담아들은 후 한 마리의 고양이를 선택,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 또 ‘캣츠’는 배우들과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공연이다. 실감 나는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은 수시로 관객석으로 내려와 눈을 맞추고, 관객 몇 명을 일으켜 세워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올드 듀터러노미가 인터미션 때 무대에 남아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관객들과 함께하는 공연의 매력을 살리는 설정이자 모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캐릭터임을 부각하려는 연출이다. 관객들도 ‘젤리클 볼’에 참여하는 고양이로 여겨, 올드 듀터러노미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인 것이다.

다음 달 26일까지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마틸다’에선 인터미션 도중 마틸다의 아버지인 미스터 웜우드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이야기한다. ‘마틸다’는 5살 어린 나이에도 도서관의 어려운 책들을 모두 읽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소녀 마틸다가 오히려 그녀가 TV를 보지 않고 책을 읽는다며 혼을 내는 부모와 학교의 악덕 교장에 맞서는 이야기. 미스터 웜우드는 인터미션 도중 “아직 쉬는 시간이지만 잠시 안내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이 공연에서 어린이들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가학적인 행위가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외치는 등 관객들과 이야기하다 공연은 자연스럽게 2막으로 연결된다.

인터미션 공연과 함께 ‘프리-쇼’(Pre-Show)라고도 불리는 사전 공연도 최근 공연계의 트렌드다. 동명의 뮤지컬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물랑루즈’는 공연이 시작하기 10분 전부터 앙상블 배우들이 무대 위에 올라 ‘프리-쇼’를 펼친다. 중절모를 쓴 채 거드름을 피우는 남성 배우들과 유혹적인 춤을 추는 여성 배우들의 공연은 마치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카바레 ‘물랑루즈’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본 공연이 시작하기에 앞서 분위기를 돋운다.

앞서 지난 2021년 공연됐던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도 공연이 시작되기 전 배우들이 기타, 캐스터네츠, 마라카스 등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에 올라 ‘프리-쇼’를 펼치며 공연을 시작했고, 인디영화 ‘원스’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원스’ 역시 공연 시작 20분 전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가 바에서 음료를 마시고 즉흥 연주를 함께 즐기는 독특한 ‘프리-쇼’ 방식을 취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프리-쇼’와 ‘인터미션 공연’은 다른 공연들과 차별화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한층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다. ‘캣츠’ 관계자는 “관객들이 무대 위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본다’는 개념이 아니라 ‘젤리클 볼’에 함께 ‘참여한다’는 게 우리 공연의 콘셉트”라며 “객석 곳곳에서 나타나는 고양이들과 인터미션 때에도 무대 위에 남아 관객들과 호흡하는 올드 듀터러노미 모두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연출”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고 18만 원에 이르는 대극장 공연의 티켓값을 감안해, 공연 기획사 측이 관객들에게 본 공연 외 부가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며 관객 만족도를 높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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