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 '노숙자의 천사' 형제?…그들은 아동성범죄자였다[그해 오늘]

한광범 입력 2023. 1. 2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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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무료급식소 운영 전과자 형제 아동강간 사건
유명세 타며 장관 표창까지…그사이 10대 자매 표적
지적장애 이용해 수년간 범행…법원 "반사회적 범행"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3년 1월 27일. 인천 중부경찰서는 당시 인천 지역에서 10여년 동안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며 ‘노숙자의 천사’로 불리던 A씨 형제를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A씨 형제에게 적용된 혐의는 미성년자 강간과 상습공갈 등이었다. 과거 주먹 세계 생활을 청산하고 개과천선해 여러 언론에도 미담사례로 소개됐던 형제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개과천선한 ‘노숙자의 천사’로 알려졌던 A씨 형제. 이들의 실체는 10여년 만에 드러났다. (사진=YTN뉴스 갈무리)
A씨와 동생 B씨는 각각 전과 14범, 13범이었다. A씨는 마지막 출소 이후인 2000년부터 인천에서 무료급식소와 노숙자 쉼터를 운영했고, 동생 B씨는 이 쉼터에서 거주했다.

다수의 폭력 전과를 갖고 있던 A씨 형제는 출소 후 개관천선하겠다며 노숙자 급식소를 운영했다. A씨는 자신을 목사라 사칭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세를 탔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까지 받기도 했다.

장애인 가족 수당 1800만원도 협박으로 빼앗아

지적장애 노숙인이었던 C씨는 2005년부터 A씨가 운영하는 노숙자 쉼터에서 거주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자신의 두 딸을 노숙자 쉼터로 데려와 함께 거주했다. C씨의 두 딸 모두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7~8세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었다.

A씨 형제의 본색은 2009년께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몸에 있는 문신을 보여주고 과거 조직폭력배였다고 말을 하며 C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거나 위협했다.

이들은 C씨가 장애인 수급비를 받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폭행과 협박을 동원해 이를 가로채기 시작했다. A씨 형제가 2년 넘게 갈취한 장애인 수급비만 1800만원이 넘었다. 이들은 장애인 수급비를 주지 않으려던 C씨를 흉기로 찌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C씨의 10대 초중반 자녀들이 자신들에게 두려움을 느끼자 성폭행을 시작했다. 지적장애가 있던 C씨의 두 딸들은 속수무책으로 A씨 형제로부터 수년 간 피해를 당했다.

마찬가지로 지적장애가 있던 C씨는 A씨 형제의 계속된 폭행과 공갈에 두려움을 떨다 노숙자 쉼터를 자주 비우며 C씨 자녀들은 더욱 무방비로 성폭력에 노출되기도 했다. 성폭력은 무려 3년 넘게 지속됐지만 C씨는 자녀들에 대한 성폭력은 전혀 알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제대로 신고를 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범행은 우연한 기회에 드러나게 됐다. 담당 구청이 C씨 가족의 가정 환경을 관찰하다가 C씨가 자주 집을 비우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녀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판단한 구청은 C씨에게 친권포기를 제안했다.

구청, 피해사실 모른채 아버지 친권박탈 시도

이를 뒤늦게 알게 된 C씨가 구청을 찾아 난동을 부렸고,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C씨 조사 과정에서 “A씨 형제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공갈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A씨 형제의 여죄 확인을 위해 C씨 자녀들을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성폭행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C씨 자녀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 형제를 긴급체포한 후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검찰은 A씨 형제에게 청소년 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 형제는 “협박에 의한 강압적 성관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10년 고지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지역사회 이름이 알려진 자선활동 사업가로 활동하며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줘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성범죄에 취약한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강간하거나 추행해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질타했다.

이어 “어리고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들을 수년간에 걸쳐 강간하고 추행해 죄질이 극히 중하고 반사회적으로서, 피해자들은 평생 치유하기 힘든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C씨와 두 자녀가 법원에 A씨 형제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양형에 적용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미성년자이자 장애인에 해당하고 처벌불원의사에 통상적으로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으며 처벌불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씨 형제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1심 형량은 2013년 11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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