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내 존재 자체가 스포"…'유령' 설경구, '지천명 아이돌'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종합)

안소윤 2023. 1. 2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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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CJ ENM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설경구가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유령'에서 명문 무라야마 가문 7대손 고위 장성의 아들 쥰지를 연기한 그는 시대와 장르에 갇히지 않는 연기력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설경구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쥰지는)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콤플렉스와 자신의 정체성을 지우기 위해 더 집착한다"며 "그래서 저도 모르게 (캐릭터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더 느끼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캐릭터의 큰 틀일 뿐이고, 기능적인 역할을 별도로 해야 했다. 쥰지가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더 악랄하게 표현하려고 했고, 반전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반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 중 가장 연민을 느꼈던 캐릭터로는 '박하사탕'의 김영호를 꼽았다. 설경구는 "촬영 당시 이창동 감독님과 눈도 안 마주쳤다"며 "아무래도 연기 경험이 부족해서 더더욱 그런 감정이 생겼던 것 같다. 스스로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고,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잘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진 제공=CJ ENM

설경구는 극 중 총독부 통신과 소속 박차경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와 맨몸 격투신을 선보여 치열한 대립을 펼치기도 했다. 먼저 촬영 과정을 떠올린 그는 "이번 작품에서 만큼은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잘 드러나야 했다"며 "이하늬 씨와의 액션신은 성별이 아닌 캐릭터의 싸움이었다. 제가 사실 액션을 잘하는 배우는 아닌데, 통뼈라 힘은 센 편이다. 혹시라도 잘못 터치해서 사고 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근데 이하늬 씨는 굉장히 강한 친구더라. 강도 높은 액션신은 대역을 쓰자고 말했는데,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하더라. 초반에는 서로서로 조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돼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후시 녹음을 하는 데 이하늬 씨 때문에 재녹음을 여러 번 했다. 주먹이 한번 나갈 때마다 기합 소리가 장난 아니었다(웃음)"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독 여배우들과 싸움신이 많았다는 설경구는 "다음 작품에서도 전도연 씨랑 싸울 예정"이라며 "제가 이하늬, 정우성 씨처럼 팔다리가 길쭉한 편은 아니어서 그런지 '개싸움' 하기 편하다"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촬영 중 오랜 시간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설경구는 "영화 촬영할 때가 제일 건강하다"며 "거의 매일 두 시간씩 줄넘기를 하고 있고, 오늘 아침에도 하고 왔다"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면모를 드러냈다.

사진 제공=CJ ENM

또 작품에 가장 뒤늦게 합류한 후배 박해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박해수와 20분 통화를 했는데 계속 카이토 역을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데 속으로는 자꾸만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보였다. 제가 감독은 아니지만, 박해수에 '너랑 꼭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일본인 배우를 섭외하려고 했는데, 팬데믹 여파로 섭외가 이뤄지지 못했다. 갑자기 비상이 걸려서 박해수가 합류하게 됐는데, 2주 동안 연습해서 완벽히 암기하더라. 오죽했으면 잠꼬대도 일본어도 했다고 할 정도다. 집에 안 가고 일본어 선생님과 합숙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극찬했다.

배우로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온 설경구는 대본 암기를 잘하는 비법에 대한 물음에 "전혀 없다(웃음)"고 답한 뒤, "정치인을 연기할 때도 평상시에 사용하는 일상 용어가 아니다 보니 달달 외웠다. 일본어는 무조건 암기하고 영어는 먼저 눈에 익히는 것부터 했다. 제가 이창동 감독님과 첫 영화를 했을 때 감독님께서 대사를 머리에 넣지 말고 현장에 오라고 하셨는데, 그 이후 대본을 토씨 하나 안 틀리는 감독님을 만나 엄청 고생했다"고 신인 시절을 회상했다.

작품 속 자신의 존재 자체를 스포일러라고 한 설경구는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제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호기심과 기대를 품게 됐다. '배우'라는 직업이 정년이 빨리 올 수도 있는데, 저는 참 복 받은 사람인 것 같다"고 쑥쓰러운 듯 웃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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