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1459명으로 818800명을 이겨야 하는 콜린 벨호

이형주 기자 2023. 1. 27. 0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대표팀 콜린 벨 감독. 사진┃뉴시스

[종로구=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콜린 벨(61)호 여자 대표팀이 어려운 싸움에 들어간다.

이번 2023년은 한국 여자축구에 있어 중요한 해다. 역시나 각 국 대표팀의 목표는 월드컵에서의 호성적이고, 그 무대가 올해 펼쳐지기 때문이다.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이 7월부터 8월까지 열린다.

사실 여자축구 대표팀에 호성적을 기대하기란 민망한 수준이다. 다른 상대국에 비해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물론 팬들을 끌어모으고, 이를 통해 인기를 창출하고, 더 많은 지원을 받는 선순환 구조는 팬들이 아닌 여자축구 계가 고민할 문제다. 다만 인과 관계가 어떻게 되든 여자 대표팀에 호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맨 땅에 헤딩 수준이다.

하나의 예로 등록 선수의 차이를 들 수 있다. 2022년 대한축구협회(KFA) 아카데미 지도자 컨퍼런스에 따르면 우리 여자축구의 등록 선수는 1459명에 불과하다. 가까운 일본은 818800명에 이른다. 각 대회마다 맞붙는 일본이기에 우리는 현재 1459명으로 818800명을 이겨야 하는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KFA 아카데미 지도자 컨퍼런스에서 제시된 일본, 한국, 호주의 여자축구 등록 인원 비교. 사진|이형주 기자(상암)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래도 기적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벨 감독의 존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을 포함해 황금 눈으로 감독을 선임했던 김판곤 전 위원장의 역작 중 하나인 벨 감독 선임이다.

벨 감독은 앞서 언급된 등록 선수의 차이, 인프라의 차이, 지원의 차이를 극복하고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중국을 거의 잡을 뻔하다 놓쳐 아쉬움은 있었지만, 역대 최고 성적이자 사실상 불가능한 기적을 실현시킨 것이었다.

그런 벨 감독이 26일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9년 취임 직후부터 한국어를 공부해온 벨 감독은, 더욱 능통해진 실력으로 기자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분위기를 풀면서도 축구 철학을 이야기할 때는 눈이 빛났다.

벨 감독은 월드컵 계획에 대해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콜롬비아와의 첫 번째 경기가 될 것이다.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후부터는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나갈 것입니다. 한 경기, 한 경기,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겠습니다. 질릴 정도로 뻔할 답일 수 있지만요. 하지만 우리는 월드컵에서는 최대한 높게 올라가는 것이 목표합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했을 때는, 세계 그 어떤 팀도 상대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팀 스스로에 자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펴고자 하는 축구에 대해서는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우리만의 철칙이 있고, 모든 축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훈련을 통해서 견고히 하고, 개선도 하고, 변화도 하는 과정에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전술적 유연함을 갖추는 것일 겁입니다. 우리는 능동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승리를 가져와야 합니다.

승리를 위해 감안해봐야 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첫 번째로는 가용 가능한 선수가 누가 있는지. 두 번째로는 경기 운영이 있을 것입니다. 선제적으로 접근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시를 든다면, 전방 압박을 하기 원하는 팀이라고 하면, 경기 중에 이를 잘 안 될 때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겠죠. 이 때문에 능동적으로 플레이하고, 이기기 위함을 강구할 때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말씀드린 부분을 갖추고 고수하려고 하겠지만 능동적인 축구와 유연함은 갖추고 가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동기 부여에 대해서는 "동기 부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훌륭한 국가에 와서 좋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시고, 협회 자체도 첫 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지원을 해주시고 계신데요. 또 스태프들 또한 훌륭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대한축구협회, 그리고 우리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모두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팀을 지도해 월드컵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축구 일을 하면서 모든 경기를 승리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벤투 감독과 별개로) 이 일이 특별하게 느껴지고 동기부여를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벨호는 2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중요할 아놀드 클라크 컵을 치른다. 잉글랜드 현지로 넘어 가 잉글랜드, 벨기에, 이탈리아를 상대한다. 고전이 예상되지만 벨 감독은 그렇기에 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 지소연. 사진|대한축구협회

벨 감독은 "잉글랜드, 벨기에, 이탈리아 힘든 3개국을 만납니다. 특히 잉글랜드는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26경기 무패였습니다.때문에 그날 경기는 우리에게 상당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모두 유럽 팀을 상대하기에 그 스타일에 적응하고, 부딪히고, 체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에서 체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세 팀은 모두 피지컬 중심의 축구를 하기에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프리시즌이고, 다른 국가들은 한창 시즌 중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초청을 받았을 때 지기 싫다하고 불참하는 쉬운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경기 전부터 포기하지 않고, (이번 대회로)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참가하기로 결정을 한 것입니다.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요할텐데 이번 대회와 월드컵에서 정신적으로 버텨내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선에서는 이를 보완할 기회가 없습니다. 이번 아놀드 클라크 컵에서 실수들을 잘 파악하고 대비해서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월드컵 조별리그 콜롬비아, 모로코, 독일 세 팀 모두가 동기부여가 잘 돼있고, 잘 조직돼있는 좋은 팀입니다. 대표팀마다 각 국가의 문화적인 특성이 반영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콜롬비아 같은 경우에는 날것의 축구를 하는 느낌이 있고, 모로코는 좀 더 기술적인 팀이고, 독일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피지컬적으로 완성돼 있는 팀입니다. 저희는 저희만의 DNA를 보수하고, 노력을 해나가야합니다. 조직적이고, 빠르고, 유연한 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상대가 우리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팀으로 만들고 싶고, 그들에게 어려운 경기를 선사해주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장슬기. 사진┃KFA

벨 감독은 한국 생활에 대해 "한국에 사는 것이 좋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에 오래 머물고 싶고요. 좋은 점은 먼저 들고 싶다는 것은 '안전하다'라는 점입니다. 카페를 좋아하는데. 많이 많이 카페(한국어). 카페가 많아요. 나쁜 점은 마스크를 쓰는 것을 불편해하는데. 다음주부터 해결이 되는데. 여러분. 이제는 다음주부터 마스크가 안 필요해요(웃음)"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가장 좋아하는 한국말로는 "여기왔을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제일 좋아하는 말은 '고강도'입니다. '적극적으로', '포기하지마'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말은 '고강도'입니다"라며 주요 내용이 끝난 뒤 기자회견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이제 한국인이 다 된 기적 메이커 벨 감독은 선수들과 호흡하며, 기자들과 호흡하며, 스태프들과 호흡하며 여전히 뛰고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싸움이지만 그는 이 순간에도 싸우고 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아시안컵 준우승의 기적처럼, 그와 선수들, 스태프들은 또 하나의 기적을 준비한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STN SPORTS 모바일 뉴스 구독

▶STN SPORTS 공식 카카오톡 구독

▶STN SPORTS 공식 네이버 구독

▶STN SPORTS 공식 유튜브 구독

Copyright © 에스티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