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에 날개 단다? 면세점 속앓이하는 이유

김문수 기자 2023. 1. 2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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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면세업계, 빛과 그림자]③ 따이공 의존·임대료 정책… 실적 회복은 요원?

[편집자주]하늘길이 열린 가운데 면세 업계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여행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 업계 큰손인 중국인 수요 회복은 기대할 수 없는 상항이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지원과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가 오르내린다. 인천공항 면세점부터 시내면세점에 이르기까지 엔데믹(풍토병화) 속 반등을 꾀하는 면세업계를 살펴봤다

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신세계면세점
◆기사 게재 순서
①막 오른 인천공항 입찰… 면세점 5년 만에 맞붙는다
②공항보다 붐볐던 시내면세점, 다시 빛볼까
③리오프닝에 날개 단다? 면세점 속앓이하는 이유
하늘길이 열리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자 수가 급증하자 국내 면세점 업체들의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러 오르고 있다. 다만 면세점업계는 지난 3년간 누적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완전히 털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빗장 풀린 하늘길, 기대감 커지는 면세업계


최근 외국인 면세점 매출액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방문객이 줄어든 상황에도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2년 1~11월 누적 기준 국내 면세점 방문객은 956만5255명으로 이 중 외국인은 130만2925명(월평균 11만8448명)이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월평균 외국인 방문객 수(166만8013명)보다 적다.

월평균 외국인 방문객 수가 10분의 1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 방문객의 면세점 매출은 15조2096억원으로 월평균 1조382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월평균 매출액(1조7344억원)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외국인 방문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7.1%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은 5분의 4까지 회복했다.

국제선 하늘길 빗장이 풀리면서 면세업종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면세업종은 올해 증권가에서 유통 채널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2월 2023년 면세점 시장(내·외국인 포함)이 전년비 10% 성장해 19조8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마트 시장이 올해 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성장세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여행 재개를 고려한다면 호텔신라와 같은 면세점 업체들의 전망은 긍정적이다"며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로 공항점 매출이 회복되고 중국인의 한국 유입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면 시내면세점 수익성 개선 폭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출 실상 들여다보면 '우울'… 따이공 의존에 제 살 깎기 경쟁


면세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면세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외국인 방문객의 공백을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이 상당 부분 채우면서 매출을 만회했지만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은 탓이다. 따이공 매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높은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이들을 유치해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 43.9%에 불과했던 따이공 매출 비중은 2021년 82.6%까지 2배 가까이 뛰었다. 따이공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면세점이 따이공 모객을 위해 지급하는 수수료(송객수수료)는 더욱 높아졌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10%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송객수수료율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4배 가까이 치솟았다. 송객수수료는 여행사가 방문 여행객을 모은 데 대한 대가로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의원(더불어민주당·세종시갑)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11개 면세점 업체의 2021년 송객 수수료 규모는 3조8745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발발 첫해인 2020년(8626억원)의 4.5배, 팬데믹 이전인 2019년(1조3170억원)의 3배 수준이다. 이는 2021년 11개 면세점 업체 전체 매출(17조8334조원)의 2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따이공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하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출혈 경쟁이 불거졌다"며 "따이공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높을수록 업체 입장에선 제 살을 깎아 먹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수익성 악화 여전한데… '방값' 둘러싼 셈법 고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임대료 감면 정책이 종료되면서 면세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들이 실적 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2020년과 2021년 2년간 특허수수료를 50% 감경해줬다.

일례로 호텔신라가 인천공항에 납부한 임대료 추이(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선교 의원(국민의힘·경기 여주시양평군)실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전 2019년 3277억원에서 2020년 1507억원, 2021년 58억원, 2022년(1~9월) 9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바뀌는 임대료 정책은 인천공항 입찰에 나서는 면세업체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앞으로 면세점 임대료는 기존 '고정 최소보장액'(고정임대료) 대신 '여객당 임대료'로 바뀐다. 임대료는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산정한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코로나19 등과 같이 여객이 급격히 변동하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 세계 대다수의 공항 면세점 임대료가 매출액 기준으로 책정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같은 임대료 규정은 변경은 면세점 업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업체들에겐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오는 7월까지 계약 기한이 남았는데 인천공항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액 기준 임대료 책정 기준을 종결하면서 올해부터는 임대료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매출 연동제가 끝나고 여객당 임대료가 적용됨에 따라 업체에 따라서는 한 달에 1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업체도 발생한다"며 "인천공항에서만 적용되는 임대료 기준을 세계적인 흐름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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