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3% 모으면 회계장부 깔 수 있다”…소수주주권이란 [주경야독]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입력 2023. 1.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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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강성부 펀드가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5% 이상 확보하며 단숨에 3대 주주로 올라섰다. 경영권까지 포함해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KCGI 측은 공개서한을 보내 주주가치 제고 활동에 돌입할 전망이다. 내년 주총에서 주주제안 등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2022년 12월 21일 매일경제

대주주와 소액주주간의 분쟁을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들 합니다. 주식회사라는 것이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49% 이하의 지분율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경영에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대주주 마음대로 회사를 움직이는 행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도 많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영에 100% 반영하기는 힘들지만 경영진을 견제하기엔 충분한 파워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와 경영진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소수주주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식 1% 있으면 주주대표소송 제기 가능…10%면 해산판결도
어떤 회사의 주식을 단 한주만 갖고 있어도 주주가 됩니다. 주주가 되면 회사에서 나오는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표를 던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청산을 하면 잔여 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 1주의 주식을 갖고 있는, 모든 주주에게 공통적으로 부여된 권리를 단독주주권이라고 합니다.

소수주주권은 1%, 3%, 10% 등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율을 요구합니다. 지분율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더 권한이 막강해집니다.

1%는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사의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이라는 것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지는 중지와 같은 뜻입니다. 회사의 이사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회사의 해를 끼칠 때 그 이사의 업무집행을 중지하라고 회사에 청구하는 권리입니다. 그 이사를 해임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로 청구는 회사에서 들어줘도 그만, 안 들어줘도 그만입니다. 요구는 일단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을 때 쓰는 말입니다.

1% 주주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주주대표소송제기권입니다. 회사의 이사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 회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주주가 대신 나서서 그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입니다. 다중대표소송제기권이라는 제도도 지난 2021년 도입됐습니다.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는 점에서 주주대표소송과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회사의 해산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럴 거면 그냥 사업을 접자”라고 하는 위협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산판결청구권이라고 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을 찾아가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3%가 핵심…회계장부열람부터 임시주총 소집까지
소수주주권의 핵심은 3%를 확보하느냐 아니냐로 갈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3%를 넘는 주주들이 갖는 권한이 꽤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3%는 반드시 한 사람의 지분율일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사람이 공동으로 행사할 수도 있고 위임장을 주는 방식으로 3%를 맞출 수도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권한은 회계장부열람권입니다. 회계장부에는 법인카드 사용내역부터 주요 경영진의 급여, 타기업과의 거래 등 온갖 민감한 내용이나 영업기밀사항이 들어가있습니다. 여기서 꼬투리를 잡아서 본격적인 여론전의 재료를 확보하고 경영권 분쟁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회계장부를 확보하는 것은 이후 벌어질 경영권 분쟁의 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주명부는 단 1주만 보유하고 있어도 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회계장부는 3%로 정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3%의 지분율을 맞췄다고 해서 무조건 회계장부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에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 실적이 엉망이다’와 같은 추상적인 명분이 아니라 ‘대주주 개인 회사와 부당한 거래를 하고 있다’와 같은 식의 비교적 뚜렷한 혐의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회사측에서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회계장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공방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수순입니다.

기존의 판례는 “청구 이유는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기재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대법원에서 “열람·등사 청구권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사의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수주주가 회계장부를 열어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된 것이죠.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임시 주총 열고 집중투표제로 우리편 이사 선임
3%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진 퇴진’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소집청구권, 주주제안권, 집중투표청구권 모두 3%의 지분을 확보했을 때 행사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주주총회는 이사회가 소집합니다. 하지만 3% 주주도 이사회에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법원에 임시주총을 열게 해달라고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안건을 올립니다. 주주총회가 열리기 6주전까지 이사회에 이 안건을 올려달라고 전달하면 됩니다. 주주 개인의 고충에 관한 사항,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 제안 이유가 명백히 거짓인 사항 등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소수주주들이 연대한다고 해서 대주주를 표싸움으로 이길 수 있겠느냐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집중투표권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총에서는 1주당 1표씩을 갖게 되는데요. 집중투표권은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합니다. 이사 3명을 선임한다면 주당 3표를 받게 되고 이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주주들의 표심을 끌어온다면 소수주주측의 후보를 충분히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이사는 문제가 너무 뚜렷한데도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안 됐다면 구제수단이 또 있습니다. 5% 이상의 주주는 주주총회가 열린 지 1개월 내에 그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다시 훑어보면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집중투표청구권, 이사해임청구권 모두 청구권입니다. 회사가 안 받아주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 경우 대주주와 경영진이 소수주주를 무시하고 횡포를 부린다는 여론의 부담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소수주주들이 당장 가시적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소수주주권이 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소수주주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소수주주권이 주식회사 민주주의를 해친다고 봅니다. 주식회사라는 것 자체가 지분율 만큼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에서 51%의 득표율을 차지하면 정권을 쥐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3%, 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 51%를 가진 대주주를 괴롭힐 수 있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시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경야독,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장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홀로 꿋꿋이 공부하는 개미들의 편에 있겠습니다. ‘주’식과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여러분의 ‘독’학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주경야독은 매주 금요일에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알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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