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3% 모으면 회계장부 깔 수 있다”…소수주주권이란 [주경야독]
대주주와 소액주주간의 분쟁을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들 합니다. 주식회사라는 것이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49% 이하의 지분율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경영에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대주주 마음대로 회사를 움직이는 행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도 많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영에 100% 반영하기는 힘들지만 경영진을 견제하기엔 충분한 파워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와 경영진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소수주주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수주주권은 1%, 3%, 10% 등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율을 요구합니다. 지분율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더 권한이 막강해집니다.
1%는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사의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이라는 것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지는 중지와 같은 뜻입니다. 회사의 이사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회사의 해를 끼칠 때 그 이사의 업무집행을 중지하라고 회사에 청구하는 권리입니다. 그 이사를 해임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고로 청구는 회사에서 들어줘도 그만, 안 들어줘도 그만입니다. 요구는 일단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을 때 쓰는 말입니다.
1% 주주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주주대표소송제기권입니다. 회사의 이사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 회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주주가 대신 나서서 그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입니다. 다중대표소송제기권이라는 제도도 지난 2021년 도입됐습니다.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는 점에서 주주대표소송과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회사의 해산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럴 거면 그냥 사업을 접자”라고 하는 위협하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산판결청구권이라고 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을 찾아가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이때 3%는 반드시 한 사람의 지분율일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사람이 공동으로 행사할 수도 있고 위임장을 주는 방식으로 3%를 맞출 수도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권한은 회계장부열람권입니다. 회계장부에는 법인카드 사용내역부터 주요 경영진의 급여, 타기업과의 거래 등 온갖 민감한 내용이나 영업기밀사항이 들어가있습니다. 여기서 꼬투리를 잡아서 본격적인 여론전의 재료를 확보하고 경영권 분쟁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회계장부를 확보하는 것은 이후 벌어질 경영권 분쟁의 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주명부는 단 1주만 보유하고 있어도 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회계장부는 3%로 정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3%의 지분율을 맞췄다고 해서 무조건 회계장부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법에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 실적이 엉망이다’와 같은 추상적인 명분이 아니라 ‘대주주 개인 회사와 부당한 거래를 하고 있다’와 같은 식의 비교적 뚜렷한 혐의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회사측에서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회계장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신청이라는 법적 공방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수순입니다.
기존의 판례는 “청구 이유는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로 기재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대법원에서 “열람·등사 청구권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사의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수주주가 회계장부를 열어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된 것이죠.
원칙적으로 주주총회는 이사회가 소집합니다. 하지만 3% 주주도 이사회에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법원에 임시주총을 열게 해달라고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안건을 올립니다. 주주총회가 열리기 6주전까지 이사회에 이 안건을 올려달라고 전달하면 됩니다. 주주 개인의 고충에 관한 사항, 회사가 실현할 수 없는 사항, 제안 이유가 명백히 거짓인 사항 등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소수주주들이 연대한다고 해서 대주주를 표싸움으로 이길 수 있겠느냐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집중투표권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총에서는 1주당 1표씩을 갖게 되는데요. 집중투표권은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합니다. 이사 3명을 선임한다면 주당 3표를 받게 되고 이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는 것입니다. 다른 주주들의 표심을 끌어온다면 소수주주측의 후보를 충분히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이사는 문제가 너무 뚜렷한데도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안 됐다면 구제수단이 또 있습니다. 5% 이상의 주주는 주주총회가 열린 지 1개월 내에 그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다시 훑어보면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집중투표청구권, 이사해임청구권 모두 청구권입니다. 회사가 안 받아주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 경우 대주주와 경영진이 소수주주를 무시하고 횡포를 부린다는 여론의 부담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소수주주들이 당장 가시적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소수주주권이 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소수주주권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소수주주권이 주식회사 민주주의를 해친다고 봅니다. 주식회사라는 것 자체가 지분율 만큼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거에서 51%의 득표율을 차지하면 정권을 쥐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3%, 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 51%를 가진 대주주를 괴롭힐 수 있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시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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