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해영 감독이 말하는 이하늬·박소담·설경구·박해수[SS인터뷰]

조은별 2023. 1.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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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영화 ‘유령’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작품 속 네명의 주연배우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네 배우 모두 섭외부터 촬영, 그리고 작품이 완성돼 홍보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유령’이라 불리는 조선 항일단체 흑색단을 색출하기 위해 총독부 새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 분)가 용의자들을 한 호텔로 소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은 중국 마이지아 작가의 추리소설 ‘풍성’이다. 이 감독은 원작의 ‘밀실추리’라는 모티프를 반영하되 ‘추리’가 아닌 여성 항일투사들의 ‘액션’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추리구조의 이야기는 나를 자극하지 않았지만 이걸 해체해 ‘유령’이라는 스파이 집단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액션으로 치닫게 됐다”고 소개했다.
영화에서 단연 눈에 띄는 배우는 이하늬와 박소담이다. 이하늬는 조선 재력가 집안 출신으로 통신과 암호문 기록을 담당하는 박차경을 연기했다. 훤칠한 키에 늘씬한 몸매, 서구적인 외모의 이하늬가 장총을 들고 뛰는 장면은 흡사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정우성을 연상케 한다.
아담한 체구에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박소담은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 역을 맡아 앙칼진 연기변신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체격과 나이, 개성이 확연히 다른 두 여우가 각각 장총과 권총을 든 채 뛰어다니는 액션신은 그 자체로 가슴이 뛴다.

“이하늬의 막연한 팬이었다. 또래 배우들 중 드물게 삶의 태도가 올곧고 현명하며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 ‘유령’ 이야기를 설계하며 박차경 역은 이하늬가 아니면 대체불가라 여겼다. 만약 이하늬가 이 작품을 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소담과는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이미 연기력은 검증됐기에 믿고 유리코 역을 맡겼다.

“한창 촬영이 진행되던 중 박소담이 건강문제로 신경을 많이 썼다. 컨디션이 100% 올라오지 않아 소리 지르는 장면을 힘겨워했다. 스스로를 채근하면서 촬영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배려한다고 했는데 갑상샘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내가 그 친구를 너무 코너로 몰았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컸다.”
배우 박해수의 출연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했다. 당초 박해수가 연기한 카이토 역은 일본인 배우를 기용하려 했지만 배우 개인의 건강문제와 팬데믹으로 인해 입국이 무산됐다.

“‘유령’을 찍으면서 모든 일본인 캐릭터는 일본 배우를 기용하려 했다. 캐스팅한 일본 배우의 의상 피팅 및 리딩 날짜만 남겨놓고 해당 배우의 건강문제가 불거졌다. 더욱이 팬데믹으로 한일 무비자 협정까지 사라지면서 비즈니스 비자를 받는데 3개월이 걸렸다. 정말 패닉이었다.”

그러던 중 박해수와 우연히 미팅을 갖게 됐다. 일면식도 없던 배우지만 막연한 호감 때문이었다.

“박해수는 미팅 자리에 거절할 생각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첫 만남 자리에서 서로의 욕망이 보였다. 그는 이 역할을 하고 싶어했고 나도 박해수와 함께 일하고 싶었다. 덮어놓고 사랑에 빠진 것처럼 캐스팅했다.”
박해수는 일본어 연기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언어 위에 연기력이 있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그를 설득했다. 결국 박해수는 단 2주 만에 자신의 일본어 대사는 물론 상대 배역의 일본어 대사와 한국어 대사까지 모두 암기했다. 그는 “놀라울 정도의 성실함과 암기력으로 영화를 구원해줬다. 박해수가 아니면 어떻게 했을까 할 정도로 화룡점정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쥰지 역의 설경구는 두 말할 것 없이 영화의 알파와 오메가다. 이 감독은 “설경구는 영화를 완성하기 위한 결승선이었다”며 “설경구 캐스팅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했다.
“‘유령’이라는 이야기에 뿌리가 생기고 살이 붙고 걸어가기 위한 모든 중심에는 설경구가 있었다. 이하늬에게 초고를 줬다면 설경구는 고치고 또 고친 완고를 두 손으로 드렸다. 설경구가 캐스팅돼야 영화 라인업이 무장됐다.”

배우에 대한 애정이 크고 그들의 연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보니 감독의 배우 자랑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감독은 “영화가 공개된 뒤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이 멋진 배우들을 자랑하고 이들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널리 알리고 싶었다”며 웃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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