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품은 팔공산, 23번째 국립공원 될까

박원수 기자 2023. 1. 27.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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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 소유주들, 승격 반대 시위
국보 2점·보물 25점 보유 - 팔공산 정상에 자리한 갓바위에 지난해 연말 많은 사람이 찾아와 소원을 빌고 있다. 최근 대구시·경북도가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추진하자 이 산 안에 땅을 가진 주민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

지난 13일 팔공산 진입 구간인 대구 동구 파군재. 동구 지역 주민 150여 명이 상여를 메고 공산터널, 백안삼거리, 시민안전테마파크 등을 거쳐 12㎞를 행진했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반대 시위 행렬이다. 이들은 “팔공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는데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재산권 행사를 아예 못 할지도 모른다”며 구호를 외쳤다. 시위 주민들은 팔공산 안에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구의 진산(鎭山)인 팔공산 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재산권 행사에 많은 지장이 있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반면 환경 단체와 대구시·경북도는 “좀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찬성하고 있다.

팔공산 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지정은 대구시와 경북도로서는 해묵은 과제였다. 팔공산은 지난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지정 권역은 대구 동구를 비롯해 경북 칠곡, 군위, 영천, 경산 등 다섯 기초단체에 걸쳐 125.232㎢에 이른다. 이 중 대구 동구가 28%로 가장 넓다.

팔공산은 신라 시대 오악(五嶽) 중 중악(中嶽)으로 불렸다. 팔공산에는 조계종 9교구 본사인 동화사와 10교구 본사인 은해사를 비롯, 파계사, 부인사, 선본사, 갓바위, 송림사, 군위삼존석불 등이 있다. 국보 2점과 보물 25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수달, 삵 등 5296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 중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1년 5월 팔공산의 국립공원 지정 건의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립공원 지정을 본격 추진했다. 팔공산을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보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대구시는 “팔공산 브랜드를 보다 강화해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팔공산에 논이나 밭 등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 1500여 명 중 상당수가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도립공원 지정으로 인해 공원구역 내 땅값이 공시지가로 평당 10만~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얼마 전 도립공원에서 해제된 상당수 땅의 가격은 평당 200만원에 이르는 등 재산상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최근 ‘팔공산 국립공원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성덕(66) 대책위원장은 26일 “공원구역 내 전답과 구역 외 전답의 땅값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데다 공원구역 내 땅에서는 주택이나 창고 신축도 불가능해 주민들이 40년 이상 재산권 행사에 지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이 무조건 국립공원 지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전답만이라도 공원구역 해제를 해주고, 효용가치가 없는 전답은 정부에서 매입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공원 지정으로 팔공산에 산재한 문화유산과 자연 생태계를 더욱더 철저히 보존할 수 있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며 “2월 9일까지 국립공원에 편입될 토지의 위치와 경계, 규모 등을 상세하게 구분한 공람 공고를 하고 있는데 공원구역 해제 범위와 보상가는 추후 지주들과의 협상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경북도는 지난달 29일 경북 지역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여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또 환경부와 대구시는 오는 30일 대구 동구 팔공산 내 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주민설명회, 2월 6일 아양아트센터에서 공청회를 각각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이들 행사를 보이콧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시위도 열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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