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시급한데… 5년째 스톱

오재용 기자 2023. 1. 2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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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착공했다 주민들 반발에 공사중단… 처리용량의 99% 달해
월정리에 있는 하수처리장 -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은 2007년 하루 처리 용량 6000t 규모로 조성된 이후 2014년 한 차례 1만2000t 규모로 증설됐다. 지난해 하루 평균 유입된 하수량은 1만1864t으로 현재 시설 용량의 98.9%에 육박한다. /제주도

제주도가 5년째 중단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히자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제주도지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을 재개하기로 하고 조만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하수 처리 용량 증설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은 2007년 하루 처리 용량 6000t 규모로 조성된 이후 2014년 한 차례 1만2000t 규모로 증설됐다. 현재 제주시 동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처리하고 있는 동부하수처리장에 지난해 하루 평균 유입되는 하수량은 1만1864t으로 현재 시설 용량 1만2000t의 98.9%에 육박한다. 환경부는 하수처리장의 적정 처리 용량을 시설 용량의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적정 가동률을 초과했고 최대 하수 처리 용량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사업비 538억원을 들여 처리 용량을 2배로 늘려 하루 2만4000t을 처리하는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을 지난 2017년 9월 착공했다. 그러나 월정리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내부 증설 공사는 2017년 12월 멈춰선 이후 5년 넘게 한 발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는 하수 처리수 방류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오염될 수 있고, 하수처리장에서 불과 115m 떨어진 용천동굴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증설 공사에 반대하고 있다. 반대 비상대책위는 “동부하수처리장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구에 속해 있고 문화재 보호 구역에 있는데도 증설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구를 훼손하는 증설 공사를 문화재심의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서면 의견서로 대신했다”며 “이는 세계유산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동부하수처리장 갈등과 관련해 주민 협의체를 통한 상생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지역 하수처리장 8개 가운데 서귀포시 지역인 보목, 색달, 대정 등의 경우는 동부처리장보다 공사를 늦게 시작했지만 이미 증설 공사가 완료됐다”며 “또 서귀포시 동부 지역인 남원읍과 제주시 서부 지역인 한경면 판포리 등도 주민 협조로 사업이 진행 중이고, 주민 소득 사업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동부하수처리장이 들어서 있는 월정리 마을에서 제주 시내권 하수 유입과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침출수 이송 처리를 반대해 제주 시내권인 삼양·화북 지역 하수가 동부처리장으로 이송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약속했다”며 “하수 처리 용량 초과가 우려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반대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은 “제주도가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서에 하수처리장에서 100m 거리의 용천동굴은 빼고 600m 떨어진 당처물동굴만 기재했다”며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 또 “수질·악취·오수 등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히 건축물 등을 개축하는 행위로 허가를 신청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허위 공문서 작성과 위변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제주 월정리해녀회도 “월정리 바다가 오염될 수 있고, 생계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통해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이 세계자연유산지구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대해 학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이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용역도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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