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2023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 수원여고 주장 오시은

김아람 2023. 1. 2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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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인터뷰는 2022년 11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수원여고는 2022년 10월에 개최된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여자농구 고등부 결승전에서 67-64로 승리했다. 3학년 진학을 앞둔 오시은은 경기 막판 팽팽한 승부에서 짜릿한 역전 3점슛으로 수원여고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팀의 새로운 주장이 된 오시은은 이번 체전을 자신의 농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으며, 2023년의 그를 더욱 기대케 했다. 

 

“예전엔 농구가 좋았어도 힘들고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체전은) 그저 재밌더라고요. 볼만 잡으면 두근거리고 상대가 붙으면 움츠러드는 게 있었는데, 이번 체전에서 그걸 극복한 것 같아요. 이젠 경기 중에 긴장감이 덜하고,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됐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대회가 다 끝나서 (3학년) 언니들도 다 가고, 나머지 5명만 훈련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인원이 적다 보니,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아요. 체력 훈련과 1대1, 2대2 위주로 하는 편이에요. (신입생들은 수원제일중에서 많이 오죠?) 네. 1월에 고등학교 원서를 제출하니까 2월 정도에 신입생이 확정될 것 같아요. 

 

팀 분위기는 어때요?

팀원들끼리 친해서 분위기는 좋아요. 저희는 3학년 언니들 있을 때도 선후배 사이에 의견을 편하게 나눴거든요. (예를 들면요?) 경기 중에 이 패스가 거기서 그렇게 들어가면 안 되고,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선배들이 먼저 후배들에게 맞췄으면 하는 점을 얘기해달라고 해요. 선생님들께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세요. 훈련에만 집중한다면요.

 

몸 상태는 어떤가요?

지금은 재활하면서 몸을 다시 만들고 있는 과정이에요. 농구 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이 몇 차례 있었는데, 최근엔 무릎이 조금 안 좋았거든요. 그래도 치료를 잘해서 운동하는 덴 지장이 없는 상태예요. 

 

부상으로 인한 마음고생도 했을 것 같아요. 

감기 같은 건 잘 걸리지 않는데, 작년에 발목 인대를 다쳤을 땐 ‘이게 맞나?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새벽에 혼자 볼 운동을 했는데, 그땐 또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느꼈죠. ‘아, 농구가 싫은 게 아니라 부상이라는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거구나’라고요. 부모님께서도 “감정적인 선택으로 미래의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기분에 휩쓸리지 말자. 그만두는 건 농구가 지겨워졌을 때 해라”라고 하셨어요. 팀원들과 선생님들께서도 많이 격려해주셨고요. 

 

지금도 농구가 재밌어요?

정말 재밌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축구와 야구, 태권도 등 많은 스포츠를 접해봤어요. 농구를 하기 전에는 태권도 선수가 꿈일 정도였죠. 무슨 종목이 됐든 운동선수를 할 줄은 알았는데, 그게 농구가 될 줄은 몰랐어요. 농구 특유의 쾌감을 한 번 느끼면 못 빠져나오는 것 같아요. 단순히 볼을 림에 넣는 게 아니라 머리를 쓰고, 내가 주는 볼로 팀원이 득점에 성공하고, 수비를 속이는 등 다양한 플레이가 진짜 즐거워요. 

 


농구는 어떻게 접했나요?

(인천 소재) 학산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를 따라서 농구 클럽에 간 적이 있었어요. 이거 하면 살 빠진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체중 감량이 목표였어요. 그렇게 반년 정도 다니다가 연학초등학교 코치님이신 오지원 선생님께서 농구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셨어요. 당시엔 제가 또래보다 키가 한 뼘은 더 컸었어요. (연학초와는 어떤 인연이?) 다니고 있던 클럽이 연학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운동했거든요. 

 

어린 나이라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을 텐데요.

저는 너무 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처음엔 많이 반대하셨어요. 아빠도 어렸을 때부터 많은 운동을 한 경험이 있어서 힘든 걸 알고 계셨던 거죠. “운동선수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라고 하시기도 했어요. 반면, 엄마는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빠를 마저 설득해서 허락받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두 분 다 제가 힘들다고 일찍 그만둘 줄 아셨대요(웃음). 

 

그렇게 연학초로 전학했고, 이후엔 수원제일중으로 진학한 건가요?

아뇨. 처음엔 인성여중에 갔다가 2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수원제일중으로 전학 갔어요. 여러 고민을 하던 중에 수원여고 농구부를 우연히 알게 됐고, 선생님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어요.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저도 수원여고에서 해보고 싶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수원제일중으로 가게 됐죠.

 

수원여고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관해 설명 좀 부탁드려요.

(강병수 코치) 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무대를 만들어 줄 테니 춤은 너희가 추는 거다”라는 거예요. 경기 중 저희의 판단을 존중해주시는 편이세요. 선수들 입장에선 선생님께서 해보라고 말씀해주시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요. 많은 패턴보다 상황마다 새로운 농구를 알려주시고 조언해주세요. 억압되지 않은 그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지난 10월 13일에 막을 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체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죠.

이번 체전은 저한테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인생 대회랄까요. 체전 첫 경기를 뛰면서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전엔 농구가 좋았어도 힘들고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체전은) 그저 재밌더라고요. 주변에서 다 저한테 먼지 멘탈이라고 했어요. 불면 날아갈 것 같다면서요. 유리 멘탈이라고 하면 감사할 정도였죠(웃음). 볼만 잡으면 두근거리고, 상대가 붙으면 움츠러드는 게 있었는데 이번 체전에서 그걸 극복한 것 같아요. 이젠 경기 중에 긴장감이 덜하고,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됐어요. 

 

원동력이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저한테 “넌 가지고 있는 게 많은데 왜 쓰질 못하냐”라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그때마다 전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대체 뭘까. 난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이번 체전 준비 기간에 했던 연습 경기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걸 찾아보기로 했어요. ‘누가 이기나’라는 심정으로요. 그랬더니 긴장감이 줄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특히 수피아여고와의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집어넣은 3점슛이 인상적이었어요. 

저희가 경기를 계속 끌고 나가다가 후반에 수피아여고가 치고 올라왔어요. ‘이거 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즈음(64-64)에 저희 공격이 실패하고, 상대에게 공격권이 넘어갔어요. 그때 볼이 날아오는 걸 보고 달려들었는데 손에 볼이 걸렸죠. 그리고 (이)두나 언니(인천 신한은행 입단)한테 연결했고, 언니가 수비를 자기한테 붙인 다음 저한테 다시 패스했어요. 제 수비가 헬프 갔을 때였고, 저한테 오픈 찬스가 났어요. 

 

순간적으로 돌파를 할까 했는데 들어가면 찍힐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신 있는 걸 쏴야겠다 싶어서 3점슛을 던졌어요. 그 순간엔 진짜 (볼이) 한 5분 정도 날아간 것 같아요. 나중에 팀원들과 같이 결승 영상을 다시 볼 때 다들 “이거 안 들어가면 무조건 리바운드해야겠다”라고 생각했었대요. 실제로 영상을 보니 다들 리바운드 잡으려고 몸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팀원들을 신뢰하는 게 왜 중요한지 새삼 느꼈어요. 

 


우승 뒤풀이는 어땠나요?

치킨도 먹고, 파스타도 먹었어요. 언니들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서 그런지 팀원들 모두 울었어요. (함께 계시던) 교장 선생님도 우셨어요(웃음). 이렇게 열심히 해서 보상받는 거라고 축하해주셨어요. 

 

올해의 자신에게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5~6점이요. 올해 연맹회장기와 왕중왕전 준우승, 체전 우승은 선생님들과 언니들 덕분이에요. 내년엔 3학년인 만큼 제 손으로 이뤄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주장 완장도 차게 됐죠.

솔직히 주장 언니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리더쉽 발휘하고, 잘하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운 것 같아요. 이젠 오시은이 아니라 뭘 해도 수원여고를 대표하는 거라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요. 올해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롤 모델도 있을까요?

우리은행의 박혜진 선수요. 슛이 정말 깔끔하신 것 같아요. 박혜진 선수가 들어가면 팀이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저도 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제가 들어감으로써 팀워크가 살아날 수 있도록요.

 

2023년에는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나요?

저희끼리 그런 얘기를 했어요. 내년에 체전 2연패를 달성하자고요. 이번에도 했는데, 내년이라고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저희는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다들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론 프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발전하는 한 해로 만들려고 해요.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지금까지 함께 고생한 저희 언니들, 원하는 걸 이루고 헤어져서 다행이에요. 동기와 후배들에겐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저희를 항상 믿어주시고, 농구를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강병수 선생님과 조혜진 A코치님께도 감사드려요. 농구부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는 최승호 감독 선생님께도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웨이트를 담당해주시는 양승복 선생님, 그렇게 힘든 웨이트는 처음 해봤습니다. 저희를 괴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웃음). 몸이 좋아지니까 몸싸움이 되고, 농구가 더 재밌어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진 = 본인 제공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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