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한국’ 빈 소년합창단 “희망찬 새해를 노래한다”

2023. 1. 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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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년 전통 세계 최고 합창단
코로나19 전 마지막 투어를 한국에서
2020년 입단한 이연우 군도 공연
“합창단은 축구단과 같아…조화 중요”
525년 전통의 빈 소년합창단이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크레디아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시 길을 떠나. 내가 사랑하는 삶은 친구들과 음악을 연주하는 거야. 다시 길에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가고 있어.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있어.” (‘온 더 로드 어게인(On the road again, 다시 여행길에)’ 중)

‘노래하는 천사들’이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합창단의 상징의 남색의 세일러 상의를 입은 소년들이 무대로 걸어나왔다. 윌리 넬슨의 ‘온 더 로드 어게인’을 부르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엔 오랜만의 월드투어에 대한 설렘이 가득 찼다.

코로나 전 마지막 투어로 한국 선택…서울 등 6개 도시 순회

“코로나19 전 마지막 투어로 한국에 왔어요. 오스트리아는 아직 눈이 오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찾은 한국은 함박눈이 오더라고요. 특별한 순간에 한국에 온 것 같아 더 기쁩니다.”

지난 2008년부터 빈 소년합창단을 이끌어 온 마놀로 카닌(47) 지휘자는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525년 전통의 빈 소년합창단이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오는 27일부터 전국 6개 도시(서울, 함안, 부산, 성남, 속초, 구미)에서 한국 관객과 만나고, 다음 달 4~5일 마지막 공연(예술의전당)을 갖는다.

525년 전통의 빈 소년합창단. [크레디아 제공]

빈 소년합창단은 독특한 형태의 합창단이다. ‘고유한 가창 전통’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으로 꼽힐 만큼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은 세계 최고의 합창단이다. 유구한 역사만큼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거쳐갔다. 클래식 거장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단원으로 활동하고, 모차르트와 베토벤, 브루크너가 지휘한 단체다. 창단 이후 매주 일요일마다 호프부르크 예배당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슈타츠오퍼와 함께 공연해왔다.

빈 소년합창단은 9~14세 사이의 소년 100명이 소속돼 있다 보니 현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프로그램이 있는 자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공연 횟수만 해도 300회. 2020년 빈 소년합창단에 입단한 이연우(13) 군은 “서울 은평구의 음악센터에 다니다 선생님의 권유로 오디션을 보고 합창단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지원하는 만큼 경쟁률도 상당하다. 카닌 지휘자는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장점이 되지만, 그보다는 음악에 대한 애정과 노래 부르는 즐거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단원으로 선발한다”고 말했다. 합창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닌 지휘자는 “합창단은 축구팀과 같다”며 “메시나 호날두처럼 특별한 선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같이 하는 선수들이 잘 어우러지는 조화와 열정을 가져야 좋은 합창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韓 단원 이연우 군 “다른 나라 언어·문화 배우는 좋은 기회”
525년 전통의 빈 소년합창단에 지난 2020년 입단해 단원으로 활동 중인 이연우 군. [크레디아 제공]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합창 무대를 경험하고, 단체 활동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는 것 역시 빈 소년합창단의이 가진 특별한 점이기도 하다. 이연우 군은 “입단 이후 언어로 인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또래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며 “합창단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친구들에게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웠고, 나중에 커서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합창단이 공연차 다른 나라를 찾을 때는 단지 연주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여가 활동과 취미 생활도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기획한다. 카닌 지휘자는 “한국에 올 때는 롯데월드를 가기도 하고, 경복궁도 방문하는 등 연주회 없이 쉬는 동안엔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관광을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단체인 만큼 방문하는 나라에 대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마련하고 있다.

2019년 입단, 올해로 두 번째 한국 공연을 하게 된 오스트리아 출신 시몬(15) 군은 “해외 투어로 다양한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동안 하지 못한 해외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지루했다. 시몬 군은 “관객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기쁘다. 그동안 코로나로 공연을 못해서 슬펐는데, 다시 환하게 웃는 관객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힘을 냈다”고 말했다.

성가·가곡·왈츠…다양한 래퍼토리로 감동 선사
2019년 빈 소년합창단에 입단, 올해로 두 번째 한국 공연을 하게 된 오스트리아 출신 시몬 군와 마티아스 군(왼쪽부터). [크레디아 제공]

빈 소년합창단은 이번 한국 공연에서 성가곡, 가곡, 왈츠를 비롯해 희망찬 새해를 시작할 음악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아리랑’ 무대도 준비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마티아스(14) 군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온 만큼 한국 관객들에게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팬데믹으로 노래를 못했는데, 음악과 성악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목소리로 다양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음악에 대한 사랑과 즐거움입니다.” (마놀로 카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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