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이어 서방 전투기까지 우크라이나 가나… 록히드마틴 “대비 중”

미국 폴리티코 보도… “서방국 내 전투기 지원 물밑 논의 활발”

연합뉴스 그래픽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제공하기로 한 미국과 독일 등 서방국가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투기까지 지원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서방국가 군사·외교 관계자들을 인용해 현재 서방 동맹국 내부에서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북유럽 국가의 한 외교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 이제는 전투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국들이 확전을 우려하면서도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방국들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스팅어 방공 미사일로 시작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체계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데 이어 ‘게임 체인저’로 여겨지는 전차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를, 독일은 레오파르트 2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다음 수순은 전투기 지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봅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요청할 경우 네덜란드는 F-16 전투기 공급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개방적이며 금기시되는 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라스티슬라우 카체르 슬로바키아 외무장관도 지난달 슬로바키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구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을 두고도 오랫동안 고심했던 미국은 현재로선 전투기 지원에는 소극적이다. 그러나 전황에 따라 미국의 방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유럽 국가의 한 외교관은 “현재로선 미국에 전투기 제공은 ‘레드 라인’(넘어서는 안되는 한계선)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하이마스가 레드 라인이었고 그다음에는 전차였던 걸 보면 레드 라인은 움직이기 마련”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미국 하원이 우크라이나 조종사가 미국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에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지난해 10월 자국 조종사 수십 명이 서방 전투기 훈련 과정에 선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다음 달 독일 람슈타인 미군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서방국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등 항공 지원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프랭크 세인트는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서방국 사이에서 F-16을 우크라이나로 양도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전쟁에서 F-16 양도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국가를 위해 F-16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을 약속한 다음날인 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각지에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가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날 밝혔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남쪽의 비 주거지역에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이 전했다.

키이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습 사이렌이 울린 가운데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에너지 기반시설 2개가 피해를 입었다고 오데사시 당국이 밝혔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55기 중 47기를 요격했다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중에는 kh-47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도 있었다고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밝혔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