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식재산 홈구장

지난해 온 국민을 열광하게 했던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기쁨이 여전히 생생하다. 16강 진출에는 선수들의 실력에 더해, 마치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듯한 우리 교민들의 열띤 응원 또한 한몫을 했다. 20여년 전 한일 월드컵에서의 4강 진출도 전 국민이 직접 응원을 한 홈구장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홈구장 승률이 높은 이유는 평소 훈련 장소에서 경기를 펼치면 강력하고 직접적인 응원 덕에 의식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이는 경기력 향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홈구장의 이점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한 기업이 타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등 현지 환경 적응이 필요한데, 국가 간 제도의 차이는 해외진출을 하려는 기업에는 불리한 점으로, 자국 기업에는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근래 미·중 무역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많은 국가들이 취하는 자국 우선주의의 전략은 홈구장의 이점이 갈수록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홈구장의 이점으로 작용할 요소 중에는 특허, 상표의 출원·등록·보호와 같은 지식재산 관련 환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인실 특허청장

최근 우리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국가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지식재산 환경이 상대적으로 덜 갖춰져 있다. 이는 이들 국가의 지식재산 환경을 우리 기업에 친숙한 홈구장처럼 바꿔놓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특허청이 중동 지역 국가와 지식재산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대통령 순방 시에 우리나라에 약 40조원의 통 큰 투자를 결정한 아랍에미리트(UAE)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우리 특허청과 2010년부터 긴밀히 협력해왔다. 우리 특허청 심사관들을 포함한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파견되어 특허심사대행, 특허정보시스템 구축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순방기간 중에도 ‘지식재산분야 심화협력 MOU’를 체결하고, 특허정보 분석·활용, 지식재산 교육, 산업디자인 심사 등 더 확대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앞으로도 UAE에 우리의 지식재산 환경을 지속적으로 이식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현지 적응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을 이어가고자 한다.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첫 번째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에도 특허청 심사관을 비롯한 지식재산 전문가를 파견하여 사우디의 특허심사대행과 국가 지식재산전략 수립을 지원해왔다. 이는 현지에 우리의 지식재산 홈구장을 세우는 것과 같아서 우리 기업에 홈구장의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특허출원 4위 국가이고, GDP와 인구 대비 출원량으로는 세계 1위로, 명실상부한 지식재산 분야 글로벌 중추 국가이다. 다음달에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사무총장이 우리 특허청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지식재산 환경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 보다 많은 나라와 지식재산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허청은 홈구장과 같이 친숙한 글로벌 지식재산 환경 조성을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선제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우리 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홈구장의 이점을 한껏 활용하여 그 역량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인실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