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속 질주…작년 실적 ‘사상 최대’
올해 판매량 10% 성장 목표…인플레·공급망 위기·IRA 등 돌파가 관건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우호적인 고환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고부가가치 모델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영업이익이 급증하며 처음으로 10조원에 육박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간 매출 142조5275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21.2% 증가한 금액이다. 영업이익은 9조8198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2% 증가한 38조5236억원, 영업이익은 119.6% 증가한 3조3592억원으로 집계됐다.
강달러 현상과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효과를 크게 봤다. 현대차의 연간 매출 증가분 24조9170억원 가운데 환율 효과가 차지하는 금액은 9조330억원(36%)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상승한 1359원이었다.
수익성 높은 제품이 많이 팔린 것도 영업이익 증대에 기여했다. 현대차 영업이익 증가분 3조1410억원 가운데 수익성 높은 제품에 집중한 효과가 차지하는 금액은 3조730억원이었다. 제네시스 SUV 라인업과 싼타페·투싼 하이브리드 등 SUV 차종의 판매량이 대폭 늘었다. 현대차 판매량 중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7.3%에서 2022년 51.5%로 과반이었다. SUV 모델은 원가 대비 제조사의 마진 비율이 타 차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판매량도 2021년 42만2000대에서 2022년 50만5000대로 19.6% 늘었다.
현대차는 도매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103만8874대를 판매했다. 연간 판매량은 394만2925대로 전년 대비 1.3% 늘었다. 특히 미국·유럽 지역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도매 기준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2% 줄어든 데 반해, 유럽에서는 6.1%, 북미에서는 15.1% 늘었다. 다만 중국·러시아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27.8%, 55.5% 급감했다. 현대차는 올해 도매 판매 목표치를 전년 대비 10% 증가한 432만대로 설정했다. 판매량 증가와 판매가격 상승을 감안해 전년 대비 매출은 10.5~11.5%, 영업이익은 6.5~7.5%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 시장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경기 둔화 우려와 카플레이션(차량 가격 인플레이션), 전동화 전환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수요 회복은 한동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상 등 거시적인 환경도 변수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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