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0.4%... 수출·소비·투자 ‘트리플 한파’

손진석 기자 2023. 1. 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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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2년반 만에 뒷걸음질
4분기 수출 감소 폭
코로나 초기 제외하면 37년만에 최악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472억달러 적자라는 역대 최악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은 1월 25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2023.1.25/뉴스1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0.4%(전 분기 대비)로 집계됐다고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2분기(-3%) 이후 2년 반 만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급감한 데다 소비 부진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00년 이후 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보다 낮았던 것은 카드 사태(2003년 1분기), 글로벌 금융 위기(2008년 4분기), 코로나 사태(2020년 1·2분기) 등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져온 대형 사건이 발생했을 때밖에는 없었다.

◇수출, 코로나 때 제외하면 37년 만에 최악

작년 4분기에는 수출과 소비가 급격히 꺾인 가운데 투자마저 부진해 ‘트리플 한파’에 시달렸다.

수출은 반도체·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 부진으로 전 분기 대비 5.8% 감소했다. 코로나 초기인 2020년 2분기(-14.5%)를 제외하면 1985년 1분기(-7.9%) 이후 3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과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이 야기한 수요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분기별 성장률 추이

수출이 급감한 탓에 제조업이 치명타를 맞았다. 4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4.1%를 기록해 작년 2분기(-0.7%), 3분기(-0.8%)에 이어 세 분기 연속 뒷걸음질했다. 제조업이 3분기 연속 역성장한 건 외환 위기(1997년 3분기~1998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작년 4분기에는 민간 소비가 0.4% 감소했다. 작년 2분기(2.9%)와 3분기(1.7%)를 거치며 작년 초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상승 흐름을 타던 소비마저 위축된 것이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하는 외식업 경기동향지수는 2021년 3분기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다 5개 분기 만에 하락했다.

소비마저 위축 -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로 2년 반 만에 뒷걸음질했다. 수출과 소비, 투자가 모두 부진한 ‘트리플 한파’에 시달린 탓이다. 고금리·고물가 탓에 소비가 위축됐다. 사진은 최근 서울 중구 한 식당 메뉴판의 점심 메뉴 가격이 모두 1만원 이상인 모습. /박상훈 기자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부동산 거래가 위축돼 이사 수요가 줄어 가전제품 등 내구재 수요가 줄었다”고 했다. 수출·소비 부진에 이어 설비투자도 2.3% 늘어나는 데 그쳐 3분기(7.9%) 대비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화물연대 운송 거부도 4분기 성장률 하락을 가져온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 지출 늘려서 더 큰 하락 막아

한은은 4분기 성장 기여도가 민간 -1.1%포인트, 정부 0.8%포인트라고 밝혔다. 수출·소비 악화로 민간의 경제 활동은 크게 위축됐지만, 정부가 재정을 풀어서 그나마 버텼다는 뜻이다. 4분기 정부 소비는 3.2% 늘어나 3분기(0.1%) 대비 증가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한은은 “정부가 연말에 예산 집행을 집중시켰고, 독감과 코로나 환자가 크게 늘어 건강보험 급여 지출도 급증했다”고 했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외식업 경기 회복세가 5분기 만에 꺾였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식당가 모습. 2023.1.26/뉴스1

이날 추경호 부총리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대외 의존도가 높은 주요 국가보다는 (4분기) 역성장 폭이 작은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4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국가들 가운데 대외 의존도가 높고 성장률 마이너스 폭이 더 큰 나라는 -0.86%를 기록한 대만밖에 없다.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작년 한국 경제는 연간으로는 2.6% 성장했다.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0.7%)의 기저 효과를 누린 2021년(4.1% 성장)과 비교해서는 성장 속도가 확 느려졌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 탈출 불확실

올해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추 부총리는 “올해 1분기에는 플러스 성장률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은은 조심스럽다. 한은은 “소비가 얼마나 살아날지가 물가, 금리 등에 좌우될 것으로 보여 현재로선 (1분기 역성장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다수 연구기관들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 봉쇄령을 해제한 ‘리오프닝(reopening)’ 효과로 소비·투자가 늘어날 수 있고, 과잉 공급으로 홍역을 앓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도 하반기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은도 “현 단계에서는 경기 침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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