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전차 얻어낸 우크라이나, 장거리 미사일·전투기 지원 두고도 ‘밀당’ 시작하나
젤렌스키, ATACMS·F16 등 지원 요청하며 논란 재연될 듯
미국과 독일이 논란 끝에 주력 전차 제공을 공식화하면서 전차 100여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다. 다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부족한 물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전차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도 요청하고 있어 비슷한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과 독일이 각각 자국 주력 전차 M1 에이브럼스 31대와 레오파르트2 14대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제 핵심은 지원 속도와 전차의 수량”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지상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면 더 많은 서방 전차가 필요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까지 서방이 지원하기로 한 전차는 최소 105대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해온 300대 중 3분의 1 수준이다. 군사 전문가인 데이비드 실베이 코넬대 교수는 “서방이 500~1000대를 지원하면 전세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배치할 수 있는 숫자도 제한적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르트2를 수송하는 데 서너 달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브럼스도 미국이 재고 대신 새 전차를 조달할 계획이어서 실제 배치까지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인 바흐무트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이전에 배치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5만명을 추가로 동원해 봄 또는 여름에 총공세를 감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영국 주력 전차인 챌린저2 14대, 폴란드가 보유한 레오파르트2 14대, 포르투갈과 노르웨이가 각각 보유한 레오파르트2 4대와 8대 정도만 빠른 시일 안에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압박을 통해 주력 전차 확보에 성공한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더욱 강력한 무기를 요구하면서 지대지 미사일 ATACMS(에이태큼스)나 F16 등 전투기 지원 등을 둘러싸고 전차 지원과 비슷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방위 협력의 다른 측면에서도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지원을 언급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눴다고도 말했다.
F16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의 프랭크 세인트 존 최고운영책임자(COE)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F16을 보유한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이를 재수출하는 제3자 이전 방식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F16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록히드마틴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제3자 이전에 대비해 F16을 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그동안 러시아 본토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300㎞ 이상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지원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전투기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보프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지난 19일 F16 지원 요청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며 지원에 금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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