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의 선택’ 에스더 유 “인생의 많은 단계 경험한 음악 담았다”

2023. 1. 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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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연소’ 달고 나닌 바이올리니스트
RPO·페트렌코와 DG ‘바버, 브루흐’ 발매
“인생의 많은 단계 함께 경험한 음악”
29일 예술의전당서 KCO와 신년음악회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마스트미디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로린 마젤이 런던에 왔을 때 연주할 기회가 생겼어요. 첫 만남에서 제 연주를 듣고 함께 투어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제 인생의 첫 투어였어요.”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이 점찍은 소녀였다. 열여덟 살 ‘소녀 바이올리니스트’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아시아 투어 공연 협연자로 낙점됐다. 일찌감치 ‘역대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네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벨기에에서 보낸 어린 시절엔 “연주 좀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 여덟 살 때 경험 삼아 나간 이탈리아 포스타치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열 살엔 폴란드 비에니아프스키 주니어 경연대회까지 석권했다. 열여섯 살이던 2010년엔 시벨리우스 콩쿠르, 201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 타이틀을 얻었다. 에스더 유(28)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때였다.

2018년엔 30세 이하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로 선정됐고, 지금까지 도이치 그라모폰(DG)과 낸 클래식 음반만 해도 다섯 장. 그가 다시 한 번 DG의 선택을 받아 6년 만에 새 음반을 냈다.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을 통해 막스 브루흐와 사무엘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을 낸 에스더유는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음반에 대해 “내게 매우 소중하고 가까운 곡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제겐 특별한 불꽃이 일어나는 곡들이에요. 인생의 많은 단계를 경험하며 함께 자란 음악인 만큼 나 자신을 많이 담아낸 음반이죠.”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마스트미디어 제공]

앨범은 2018년부터 로열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를 역임, 음악적 관계를 쌓아온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와 2021년부터 로열 필하모닉(RPO)을 이끌고 있는 바실리 페트렌코의 첫 공동작이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앙리 뵈외탕의 ‘아케리카의 추억-양키 두들’을 담았다. ‘양키 두들’은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낼 당시 “아버지와 여행하며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음악”이기도 하다.

“브루흐는 28세에, 바버는 29세에 이 협주곡을 작곡했어요. 지금의 제 나이와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제가 지금 표현하고 싶은 감정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녹음하면서도 많이 느끼게 됐어요. 특히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한 편의 영화음악 같아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힐링을 원하는 분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세계무대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은 정통 클래식 연주자이나 그는 영화음악, 현대음악으로도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이언 매큐언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국 영화 ‘체실 비치에서’(On Chesil Beach)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녹음하기도 했다.

“‘체실 비치에서’ 영화음악을 맡은 작곡가가 제 연주를 라디오에서 듣고 연주를 맡겼어요. 영화는 음악보다 스토리와 인물들의 감정이 우선이잖아요. 그 감정을 관객들이 음악으로 어떻게 느끼게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어요. 이 작업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마스트미디어 제공]

한국인의 뿌리를 안고 미국에서 태어나 벨기에, 독일, 영국에서 자란 그는 세 대륙에서 얻은 문화적 다양성을 음악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도 오랜 외국 생활은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더 크고 깊게 확인하게 된다.

“어디에 살든 어려서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집에서는 한국어를 써요. 도시락도 밥이랑 계란말이를 먹고, 외국 친구들과 된장찌개를 끓여 먹고,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시원하다고 하는 한국 사람이죠.”

새 앨범으로 돌아온 그는 오랜만에 한국 관객과도 만난다. 오는 29일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의 신년음악회에 협연자로 함께 한다. 이번 앨범 수록곡인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연주 계획은 이미 꽉 차있다. 다음 달엔 방콕 심포니와 첫 연주를 한 뒤 독일, 남미, 마드리드,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세계투어가 기다린다.

“미래를 알 순 없지만 10여년이 지나도 제가 사랑하는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요. 다양한 음악가와 작업하며 다양한 음악에 도전하고 싶어요. 해마다 배우는 것, 경험하는 것이 많아지고, 감정도 깊어져요. 그것을 음악에 담고 표현하는 게 감사한 일 같아요. 마흔이 됐을 때도 그 때의 삶을 살며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음악에 담고 표현하는 것이 기대가 돼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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