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의료기기 회사, 오세훈표 ‘손목밴드’도 납품했다
‘270억 투입’ 오 시장 주력 사업 응찰…시 “계약 때 몰랐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허위로 홍보해 주가를 띄운 코스닥 상장사가 서울시 시민건강관리 사업의 납품업체로 참여해 스마트밴드를 공급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기업은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해 11월 부사장급 임원 2명이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최근에는 대표이사 등 임원 4명 구속 기소됐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기기 전문회사 피에이치씨(PHC)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공고된 서울시의 ‘손목닥터 9988’ 사업에 참여해 스마트밴드 1만5000개를 납품하고 있다.
PHC는 별개의 회사를 거치는 ‘우회 납품’ 방식으로 서울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입찰공고 당시 (주)더조인과 (주)세븐일렉 두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했는데, PHC는 (주)더조인에 물건을 대는 방식으로 사업에 들어왔다.
올해 납품하기로 계약된 스마트밴드는 (주)더조인 10만개, (주)세븐일렉 1만5000개, PHC 1만5000개 등 총 13만개다.
시민들의 신청을 받아 스마트밴드를 대여하는 ‘손목닥터 9988’ 사업은 연간 서울시 예산 270억원이 들어가는 오세훈 시장(사진)의 주력 사업이다. 스마트밴드 지급 후 개인별 건강목표 설정지원, 건강활동 모니터링, 건강정보 및 건강상담 등 비대면 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범사업 5만명을 포함해 총 18만명이 대상이다. 선착순으로 스마트밴드를 무료 대여하는 방식이라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현재 PHC의 스마트밴드(P-watch)는 예정보다 배송이 늦어지고 있다. 성북구 주민 정모씨(32)는 “3개 업체 중 (PHC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제품을 선택했다”면서 “회사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다른 것을 골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11일 서울시로부터 “귀하께서 선택하신 스마트워치 기종(P-watch)은 3주 이내 배송 예정으로, 이전에 공지드린 배송기한보다 늦어지게 되어 죄송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서울시와 PHC는 사업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배송 지연은 설연휴가 겹쳐 택배사 배송 물량이 밀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 당시엔 (PHC의) 내부 사정까진 몰랐다”며 “해당 회사가 단독으로 입찰하려 했으면 계약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PHC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구속됐다 하더라도 기존 사업을 진행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PHC는 지난해 3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부여받은 개선기간은 오는 4월10일까지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 25일 PHC 대표이사 최모씨 등 임원 4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PHC 부사장급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관계사 필로시스의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는 허위·과장 정보로 주가를 띄워 214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 6개월 사이 PHC 주가는 10배 이상 급등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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