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8만원·관리비 23만원…‘시세보다 싼’ 역세권 청년주택 맞나요

김송이 기자 2023. 1. 2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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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시 관리비 안내 미비
운영 내역 확인도 어려워
서울시 “부과 기준 준비 중”
지난 10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한 역세권 청년주택 신축 현장. 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의 한 ‘역세권 청년주택’에 지난해 7월 입주한 A씨는 최근 관리비 고지서를 받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전용면적 28㎡, 8평 크기 원룸은 월세가 38만원인데, 관리비가 23만원이다.

난방비는 별도다. A씨는 “날씨가 추워 난방을 조금 세게 틀었더니 가스비가 5만6000원 나왔다. 관리비는 못 줄이니 가스비라도 줄여야겠다 싶어 아끼게 된다”고 했다.

영등포구의 또 다른 역세권 청년주택에 사는 직장인 B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용면적 16㎡ 원룸에 사는 B씨는 한 달에 월세 24만원, 관리비 18만원을 낸다. B씨는 “이 관리비가 매월 1만5000원 내외 할인이 들어간 금액이라는데, 어떤 기준으로 할인이 되는 건지 모른다”고 했다.

월세에 비등할 정도로 높은 관리비 탓에 ‘역세권 청년주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 주거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데, 비싼 관리비에 월세를 더하면 청년주택의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입주 계약 시 관리비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안내받지 못했다고 했다. 송파구에 사는 C씨는 입주한 6평 역세권 청년주택과 평수가 비슷한 오피스텔에 사는 회사 후배가 관리비로 6만원 정도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입주 계약서를 쓸 때도 “(관리비는) 요즘 평당 1만원을 잡는다”고 들었다고 했다. C씨는 그 두 배 수준인 12만원을 월 관리비로 내고 있다. A씨도 “처음 계약할 때 관리비가 많이 나오면 10만원 후반대 정도 나올 것이라 했다”고 말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관리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인건비 명목으로 지출되는 ‘일반 관리비’ 항목에 있다. 오피스텔과 달리 역세권 청년주택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동주택 관리법에 따라 경비, 보안, 청소 등을 맡는 필수 관리 인력을 둬야 한다.

문제는 1인 가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특성상 관리비 운영을 점검·확인할 입주민회의가 꾸려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리비에서 인건비를 지출하는 필수 관리 인력은 어떻게 고용되는지, 불필요한 곳에 새는 관리비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이들이 필요하지만 누군가 나서 기구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B씨는 “지난해에도 엘리베이터가 3회 이상 고장 났고, 단수도 여러 차례 됐었다. 경비실도 관리실도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하고, 연락이 안 될 때도 많다”며 “임차인 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 경비원과 관리인이 몇 명인지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 관리비를 통일시켜 부과할 수 있는 기준을 준비 중에 있다”며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3월 중으로 홈페이지에 청년주택 관리부 현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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