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1년…경영계·노동계 ‘누구도 만족 못했다’
노동계 “산안법 연계하면 내용 명확…실효성 따지기 일러”
27일로 시행 1년을 맞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싸고 재계·경영계와 노동계가 법의 명확성을 두고 맞붙었다. 재계·경영계는 법상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안전보건조치’의 명확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노동계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연계하면 법의 내용은 충분히 명확하다며, 실제 처벌이 이뤄지지도 않은 법의 실효성을 이야기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중대재해법 시행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현재 중대재해법이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계는 법률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 표시를 하고 있고, 노동계는 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수사의 진척 속도가 매우 느려 아직 처벌된 경영책임자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문제와 대안을 두고는 재계·경영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양극으로 갈렸다. 경영계는 법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처벌 위주라고 봤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처벌의 과도성에 비해 개념과 적용 대상, 책임 범위 등 많은 조항이 불명확하다”며 “처벌 요건을 명확히 하고,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적정 수준의 경제벌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 조치’ 등을 의무화한 법 제4조의 모호성을 문제 삼았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4조에서 규정하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조차 판단이 갈린다”며 “현장에서 이행과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이 규정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분명하다고 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법은 시행령을 통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분명히 했다”며 “경영계가 모호하다고 주장하는 조문들은 법 제정 과정에서 관료 중심 사고와 경영계 로비 때문에 법이 후퇴한 부작용”이라고 했다.
법의 실효성을 이유로 개정을 추진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처벌법인 중대재해법은 재판 결과가 누적된 뒤에 판단해야지, 집행되지 않은 법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노동부의 기소의견 송치도 너무 적고, 대기업 기소는 1건도 없다”며 “수사 능력과 인력을 늘릴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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