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돌변한 공정위…대기업 지정 기준 올려 규제 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기준을 완화해 규제 적용 대상을 줄이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대기업 공시 의무·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준까지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규제는 기업집단의 기본 책무라던 기존 입장을 불과 1년 만에 뒤집은 건데, 대기업 경제력 집중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가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 추진 계획의 골자는 대기업 규제 완화에 있다. 먼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부터 손본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에는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은 그 자체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로 인식된다.
현재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은 자산규모 5조원 이상으로 2009년부터 해당 기준을 유지해왔다. 공정위는 이 기준을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하거나 기준 금액을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정기준을) GDP의 0.2% 또는 0.3%로 할 수도 있고 자산 기준액을 6조원이나 7조원으로 늘리는 방법도 있다”며 “기업집단 정책 네트워크를 통해 의견을 듣고 연구를 해서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공시대상기업집단 대상 수는 전보다 크게 줄어든다. 자산 기준액이 7조원으로 높아지면 기존 76개(지난해 5월 기준)에서 56개로 20개 감소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 계열사 간 주식 소유 현황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집단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어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수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중견기업들의 부담을 무시할 수 없어 이런 부분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설명은 지난해 밝힌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 변경에 대한 입장과 배치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4월 공정위는 ‘2022년 대기업집단 지정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를 하지 말라는 사후 규제 두 가지”라며 “이 부분은 기업집단으로서 갖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GDP와 연동하려는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도 채 안 돼 방침을 뒤집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대로면 내년에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수가 100개를 넘을 것”이라며 “이러면 행정적으로 관할 부처에서 관리를 하기 어렵다.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로 지정기준을 변경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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