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주춤’…작년 4분기 ‘역성장’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가 2년 반 만에 역성장했다.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줄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과 내수 등 주요 성장동력이 뚜렷하게 약화된 모습이 확인됐다. 다만 예산 집행과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등과 같은 정부 소비가 늘면서 성장률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은 2022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속보치)이 -0.4%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한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했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지난해 연간으로는 2.6% 성장했다. 이는 한은의 전망치와 같은 것으로, 2021년(4.1%)에 이어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국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빠르게 회복했으나 2022년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기 둔화와 유가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수출을 중심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보면 2분기(2.9%)와 3분기(1.7%)에 살아났던 민간소비가 다시 감소세(-0.4%)로 돌아섰다. 황 국장은 “거리 두기 해제 이후 2·3분기 소비가 많이 회복됐는데, 4분기에 조정이 이뤄졌다”며 “부동산 거래 등이 위축되며 이사 및 가전제품 수요 등이 줄었고, 10∼11월 날씨가 따뜻해 의류 소비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2.3% 늘어나는 데 그쳐 3분기(7.9%)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5.8% 줄었다. 수입도 원유와 1차 금속제품 등이 줄면서 4.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부진은 제조업 부진으로도 연결됐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4분기 4.1% 감소했고, 2~4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제조업이 3개 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1997년 3분기부터 1998년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감소한 이후 약 24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 정부 소비는 물건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3.2% 증가해 3분기(0.1%)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연됐던 정부 예산 집행이 이뤄지면서 물건비 지출이 늘고, 독감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면서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3분기(-0.2%) 부진했던 건설투자도 0.7% 증가했다.
정부 재정지출로 추가 하락 막았지만 ‘역부족’
4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주체별로는 민간 기여도가 -1.1%포인트, 정부는 0.8%포인트로 나타나 정부의 소비·투자가 성장률 추가 하락을 막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출항목별로는 민간소비가 -0.2%포인트, 순수출이 -0.6%포인트로 수출과 소비 부진이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렸다. 건설투자(0.1%포인트), 설비투자(0.2%포인트) 등은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실질 GDP의 감소(-0.4%)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0.1%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0.5%) 이후 3분기 만에 플러스를 나타냈다. 그러나 연간 기준으로는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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