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임박’이라더니 거짓말...‘깜깜이 계약률’ 믿어도 되나
분양시장에서 미계약·미분양을 막기 위해 계약률을 극비에 부치거나 계약률을 허위 고지해 물량을 털어내는 편법 행위가 활개를 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목표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실시하면서 계약률 발표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알 권리를 침해당하게 된 수요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일부 권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현행법상 비규제지역에 공급되는 민간단지의 계약률 공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사업자들이 당첨자 이탈이 염려스럽거나 무순위 청약에 불리할 것으로 판단한다면 계약률을 감춰도 된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가 이뤄지더라도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
분양시장의 기대주였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도 계약률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분양 참패를 숨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이 확산하자 시공사단에서 대략적인 수치를 언급한 정도다. 예비입주자들이 지참해야 할 사전예약서류를 안내하는 자료에 순번이 기재돼 있는데 이를 역산해 계약률을 추정한 누리꾼들도 등장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분양 물량은 총 3695세대였다. 예비입주자의 숫자는 총 5597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상 5배수로 뽑는 예비당첨자 숫자로 나누면 1113명가량이 된다. 이들을 제외하면 계약 건수는 2582건(69.8%)이 된다는 계산이다. 부동산시장 일각에서는 48.8%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사기 치기 참 쉽겠다”, “음식 하나 먹을 때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나? 재산 다 바쳐 집을 사는데 이렇게까지 정보 공유가 안 된다고?”, “모형 부순 거 손해배상 청구하면 어쩌냐”, “그러게 잘 알아보고 계약하지”, “작정하고 거짓말하면 소비자가 어떻게 알까”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올림픽파크포레온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 일정을 소화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레디언트자이’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완전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지만 실제 계약률은 60% 수준에 그쳤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기에는 계약률 공개가 완판이냐 미달이냐를 가르는 요인이자 미래가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건설사들이 부담을 가진다”면서도 “미계약·미분양 물량을 누락하거나 정보 획득을 제한하는 기만 전략이 속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무순위 청약 접수를 부동산원에 맡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부동산원이 운영하는 청약홈에서는 무순위 청약 일정, 가구 정보, 신청 내역, 분양 결과까지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기마다 발표하는 민간아파트 계약률 정보를 구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는 단지별 통계가 제공되지 않아 실효성이 다소 떨어지고, 건설사가 제출한 현황을 취합하니 허위 보고를 해도 진위 파악이 쉽지 않은 자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확한 단지별 계약률을 공개하면 분양 상황을 인지할 수 있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정부가 주택 상품 전반에 대한 계약률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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