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한국형 제시카법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 2002년부터 5년간 경기 수원 일대 원룸 밀집지에서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한 뒤 부모가 화성시에 얻은 원룸에 살고 있다. 인근에 대학교와 초등학교 3곳이 있고, 혼자 사는 20대 여성이 많은 지역이다. 출소 때부터 그의 화성 거주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지금도 내걸려 있다. 경찰이 특별대응팀을 꾸려 관리하는 와중에 지난 23일 그가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 번 시끄러웠다.
전문가들로부터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 흉악한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 지역 사회에 불안과 공포를 조성한 사례는 조두순(71)이 먼저였다. 8세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음주감경’으로 징역 12년형을 받은 조두순은 2020년 12월 출소해 안산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당시 시위대와 유튜버들이 몰려들며 큰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해 말 조두순이 이사 간다는 얘기가 나오자 다른 동네 주민들까지 발칵 뒤집혔다. 학생 12명을 성폭행한 김근식(55)의 지난해 10월 출소 후 거주지로 거론된 의정부의 주민들은 그가 여죄로 재수감되며 한시름 놓기도 했다.
법무부가 26일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재범 우려가 큰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초·중·고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미성년자 교육 시설 주위 500m 안에 살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단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면 안 되기 때문에, 범행을 반복하거나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로 대상을 한정한다고 한다. 제시카법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살해 사건 피해자의 이름을 딴 법으로,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와 공원의 2000피트(약 610m) 안에 못 살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법이 시행되면 학교가 밀집한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사실상 거주할 수 없게 된다. 법무부는 이들을 어린이·청소년 밀집지로부터 차단하면 재범 방지와 시민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런데 그들이 비수도권 지방으로 가는 건 괜찮은가.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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