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美에 실용성까지… 한복의 전통과 일상을 만나다

김신성 2023. 1. 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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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아라아트센터서 한복 전시회
‘전통한복, 일생의례’
관례·계례·혼례·수연례·상장례·제례 등
일생의례 한복과 새로운 소재 선보여
디자이너 5명 참여 한복의 품격 수놓아
‘한복 입고 일하다’
항공 등 서비스직 근무복에 한복 적용
고유 아름다움에 기능적 실용성 더해
다시 한복을 즐겨 입는 문화 확산 기대
관례(冠禮)와 계례((笄禮)는 지금의 5월 ‘성년의 날’에 해당하는 전통의례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경우 남자는 15∼20세에 상투를 틀고 갓을 쓴 뒤 세 종류의 어른 옷(평상복, 외출복, 관복)을 갈아입으며 성인의 이름인 자(字)를 받는 관례를 치렀다. 여자 또한 15세 전후로 머리를 올려 쪽을 찌고 어른의 옷을 입는 계례를 행했다. 그러나 관례와 계례는 갑오개혁(1894) 이후 단발령이 시행되면서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전통의례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전통한복, 일생의례’에서는 관례와 계례, 혼례, 수연례, 제례 등 일생의례복 10벌을 만나볼 수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일생의례의 첫 관문인 관례와 계례를 치러보는 것은 전통 예를 체험하고 우리 옷에 대한 경험치를 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복은 긴 겉옷인 포를 갖춰 입음으로써 예를 표현한다. 이혜순 디자이너가 선보인 관·계례복은 관례의 겉옷인 난삼과 계례의 겉옷인 원삼의 형태를 따르고, 저고리와 겉옷을 하나로 합쳐 현대적이면서도 활동적인 면을 강조한다. 신춘포로 지은 관례복은 유생들의 예복이었던 난삼의 형태에 창조와 신생의 상징인 푸른빛으로 격을 더하고, 풀빛 계례복은 공주나 옹주가 입던 초록 원삼에 줄무늬가 독특한 전통 원단인 항라를 썼다. 춘포는 모시실과 명주실을 섞어 짠 교직물로, 모시의 까슬까슬한 감촉과 명주의 광택을 지녔다. 항라는 씨실 방향(가로)으로 규칙적인 줄무늬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며 봄가을 옷감으로 많이 쓰인다.
가장 화려한 대례복은 일생의례 중에서도 으뜸인 인륜지대사 혼례 때 욕심내 볼 만한 차림이다. 조은아 디자이너는 ‘기품’에 힘을 주었다. 신부의 예복은 연꽃 문양이 이어지는 은빛 치마저고리에 조선 왕실 여성들이 혼례 때 입던 원삼을 덧입는 형태다. 원삼은 해로의 상징 꿩 문양을 넣은 금단으로 지었고, 소매 끝에 황색 색동을 배치했다. 가슴에 오조룡보를 달고, 깃과 앞뒤로 선단을 둘러 화려함을 배가했다. 신랑의 예복은 선비들의 다양한 포에서 차용한 요소를 융합한 모습으로, 두 가지 직물과 깃의 선단 등 장식에 비중을 두었다.
수연례는 어른의 생신을 맞아 자손들이 상을 차리고 술을 올리며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의례다. 수연의 대상 나이는 육순(60), 회갑(61), 진갑(62), 고희(70), 희수(77), 팔순(80) 등으로, 과거에는 60세만 되어도 장수라 여겨 회갑 때 큰 잔치를 열었으나 지금은 고희나 팔순을 택하는 추세다. 칠순을 맞아도 인생의 새로운 시작 단계로 여기는 분위기를 반영해 이춘섭 디자이너는 수연례뿐 아니라 격을 갖춘 일상 한복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옷을 지었다. 큰 장식 없이 좋은 원단이 지닌 질감과 배색만으로도 격조를 빚어냈다.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에 주제를 맞춘 전시회 ‘전통한복, 일생의례’와 ‘한복 입고 일하다’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과 서구화한 생활 방식 탓에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의례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함께 마련한 행사다. 먼저 ‘전통한복, 일생의례’에서는 새로 개발한 한복 소재 10종과 일생의례복 10벌을 만나볼 수 있다.

‘일생의례’는 살면서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마다 치르는 의식을 말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백일잔치와 돌잔치로 무탈하게 자라는 것을 축하하고, 남자는 관례를, 여자는 계례를 치러 어른으로 인정받았다. 혼례로 새 가정을 이루고, 장수를 축하하는 수연례를 베풀며, 상장례로 슬픔을 극복하고 남은 가족의 화합을 도모했다. 조상에 대해서는 제례를 올려 그 삶을 추모해왔다.

시대가 바뀌고 가치관이 변함에 따라 의례 절차나 형식은 크게 달라졌지만, 의례에 담는 마음은 변치 않고 이어진다.

김인자(당초문 김인자 한복), 유현화(유현화 한복), 이춘섭(이춘섭 명인 전통복식연구소), 이혜순(담연), 조은아(조은아 한복) 등 한복 디자이너 5인이 참여해 우리 양식의 품격을 수놓았다.
‘한복 입고 일하다’ 전시장에서는 항공, 열차 등 운송 분야와 여가 서비스직 한복근무복 25벌을 선보인다. 댕기 등 한복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면서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한복 입고 일하다’ 전시장에서는 지난해 개발한 항공, 열차 등 운송 분야와 여가 서비스직 한복근무복 25벌을 처음 선보인다. 한복 고유의 미를 드러내면서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문체부와 진흥원은 다양한 직종에 우리 옷 한복을 적용하여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옷으로써 직업 특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이로써 우리가 다시 한복을 즐겨 입는 문화를 확산하고자 2020년부터 ‘한복근무복 개발사업’을 진행해왔다. 첫해엔 문화예술업, 2021년에는 관광숙박업에 적용할 수 있는 한복근무복 150여종을 내놓았다. 현재 국립한글박물관, 한국문화재재단, 상주시청, 장성군청, 종로구청 등 18개 기관이 한복근무복을 도입해 착용하고 있다.

한복근무복 개발사업은 ‘2022년 디자인 포 아시아 어워드’(홍콩디자인센터)에서 기능성 의류 분야 우수상을 수상,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예술성과 근무복의 기능적 실용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일상 속 일터에서 아름다운 한복의 쓰임을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해온 권혜진(혜온), 김혜진(혜윰한복), 이서정(시지엔 이), 이혜미(사임당by이혜미), 정혜진(송화by정) 등 한복 디자이너 5인과 2022년 한복디자인프로젝트 공모전 대상 수상자 고수경(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씨가 디자인 개발에 참여했다.

29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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