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집값 하락에 `부메랑` 맞은 후분양·리모델링 재건축 단지

이미연 2023. 1.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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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제·고분양가 심사 피해 선택
송파더플래티넘 2억 마이너스피
남천자이는 73가구 주인 못 찾아
연합뉴스

몇년 전 분양가상한제(분상제)와 고분양가 심사를 피하기 위해 선분양 대신 후분양이나 소규모 리모델링 재건축을 선택했던 단지들이 최근 고금리와 집값 하락에 발목이 잡혔다.

후분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이 필요 없어 고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선분양보다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던 현장들이 선택했던 분양 방식이다.

일반분양 가구 수를 29가구로 맞춘 소규모 리모델링은 조합이나 시행사 등이 분상제 적용을 받지 않고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는 게 건설사나 조합 측에 매력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시행주체의 의지대로 분양가는 올릴 수 있었지만 이는 '고분양가 논란'과 '미계약 속출'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구축 시세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초 분양을 마친 한 소규모 리모델링 단지에선 분양가 대비 2억원이나 하락한 분양권 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면적 65㎡ 분양권 매물이 최근 12억5140만원에 올라왔다. 같은 면적의 최고 분양가는 14억7260만원으로, 2억2000만원의 '마이너스 피'가 붙은 셈이다. 이 곳은 오금아남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지난해 1월 일반분양됐다. 29가구 모집에 7만5382명이 청약, 25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분상제 적용 제외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계약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데다 실거주 의무가 없고 청약통장 없이 청약을 할 수 있어 수요가 몰렸던 현장이다. 그러나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려워지자 수분양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분양권 손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분양가 논란은 최근 공급에 나선 후분양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양했던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아현2구역)는 53가구를 일반분양했는데, 청약에서는 평균 19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미계약분이 절반을 넘는 27가구나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에 나섰던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3.3㎡당 3829만원)보다 평균 분양가격이 비싼데다 강북지역 최고가격인 3.3㎡당 4013만원이라 전용 84㎡의 분양가격은 14억원대로 책정됐다.

인근에 위치한 마포구내 리딩 단지 시세보다는 가격대가 낮아 청약경쟁률은 높았지만, 고금리와 집값 하락 여파를 이기지 못한 당첨자들이 절반 넘게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청약에선 흥행했지만 미계약이 속출한 후분양 단지는 부산에서도 등장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자이'는 부산 역대 최고 분양가인 3.3㎡당 3000만원을 책정했는데도 1순위 청약에서 53.8대 1이라는 요즘 보기 드문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반공급 116가구 가운데 절반을 훨씬 넘긴 7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해 무순위 청약 시장에 나온다.

아예 청약부터 성적표가 좋지 못한 곳도 있다. 경기 안양 호계동 '평촌센텀퍼스트'는 이달 초 진행된 청약에서 1150가구 모집에 35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0.3대 1에 그쳤다. 2020년 10월 HUG가 제시한 3.3㎡당 1810만원대 분양가에 조합이 반발하면서 후분양을 선택했고, 이번에 3211만원에 분양했다가 이런 성적표를 받게된 것이다. 특히 이 곳은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전매제한기간 단축,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 기준 폐지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한 후 처음으로 수도권에 공급되는 단지였는데도 참패를 피하지 못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시세가 고점대비 30~35% 정도 하락해야 수요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당첨자들이) 지금의 분양가격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2주택자까지는 1주택자로 간주하는 정책을 내놓은터라 '줍줍'(무순위) 청약 등에서 1주택자 등의 수요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평촌센텀퍼스트의 경우는 아예 너무 비싸게 나온 물량이라 악성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브라이튼 여의도, 래미안 원펜타스 등 후분양 현장들이 일반분양 공급에 나설 예정인데 정부의 1.3 대책으로 분상제 의미가 없어진 상태인데다 전매제한도 해제돼 분양가 산정이나 분양 시기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를 올리면 고분양가 뭇매를 맞아 계약률이 낮아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분양가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책정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최근 부동산 시장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수요자들의 선택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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