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과일… 누군가에겐 가난의 기억 [손이천의 '머니&아트']

파이낸셜뉴스 2023. 1.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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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계절 가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과일이 '감'이다.

더 없이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주렁주렁 달린 감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그는 가을이면 감을 따야 했고, 어머니는 10남매의 생계를 위해 새벽 첫차를 타고 나가 시장에서 그걸 팔아야 했다.

그래서 감은 작가에게 가난의 기억이지만, 그의 작품을 보는 관람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풍성한 풍요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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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균 '감'
풍요의 계절 가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과일이 '감'이다. 더 없이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주렁주렁 달린 감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한다. 이런 감을 그린 작가가 바로 오치균(67)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그는 가을이면 감을 따야 했고, 어머니는 10남매의 생계를 위해 새벽 첫차를 타고 나가 시장에서 그걸 팔아야 했다. 그래서 감은 작가에게 가난의 기억이지만, 그의 작품을 보는 관람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풍성한 풍요의 상징이 됐다.

손가락으로 물감을 쌓아올려 그림을 그리는 '임파스토'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그래서 '손가락 화가'로 알려진 오치균은 감 시리즈를 그리기 전부터 자신이 거주했던 서울, 뉴욕, 산타페, 사북 등 각 지역을 작품 소재로 삶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뉴욕 유학시절,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차가운 시선과 가난한 유학생으로의 삶을 처절한 자화상으로 그렸고, 이후 서울에서 그린 서울 시리즈 역시 힘들었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작가로 성공한 후 그의 작품에는 서서히 밝은 색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따뜻하고 포근한 정서의 시골 풍경을 담은 사북 시리즈와 감 시리즈가 등장한다. 오치균의 작품세계는 삶에 대한 그의 시선의 변화와 맥락을 함께한다.

그의 1998년작 '사북의 겨울'이 지난 200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6억원 넘게 팔리기도 했지만, 그 후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작품값은 내리막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값이 내려오면서 반성하고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오히려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이제 한껏 자유로워진 그의 작품을 만나볼 시간이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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