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 급전 필요할 때 달려가는 ‘에쿼티스퍼스트’…개미는 주가 하락 우려

장윤서 기자 2023. 1. 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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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 최대주주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 계약 많아
주식담보대출과 달리 계약기간 내 주식 소유권 넘어가
매도 물량 급증 가능성도
일러스트=정다운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A 바이오기업 주요 주주 김모씨는 지난해 3월, 4월, 6월에 거쳐 약 100만주를 담보로 한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체결 목적은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회사는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주가가 약 6개월새 47% 빠졌다. 또 다른 상장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기업의 대주주인 대표이사가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주가는 11% 내려갔다.

국내 바이오기업을 비롯한 상장사들의 대주주 등 주요 주주들이 미국계 사모 대출 운용사인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와 연이어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은 대출계약 기간 동안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소유권을 넘겼다가 계약 만기가 되면 다시 주식 소유권을 돌려받는 계약이다. 돈을 빌려준 대출 운용사는 계약 기간 담보로 제공받은 주식을 매도한 후 계약 만료일까지만 되사서 주식을 돌려주면 된다. 이 때문에 계약 체결 후 대량의 주식 매도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상장사들이 에쿼티스퍼스트를 통해 환매조건부 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다른 금융사보다 이자 비용이 낮고, 담보인정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점 때문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 유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셀리버리, 올리패스, 엔케이맥스, 브릿지바이오, 금호전기, 롯데관광개발 등 상장사들이 에쿼티스퍼스트와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셀리버리다. 올초 셀리버리의 조대웅 대표이사가 보유주식 120만주를 담보로 환매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조대웅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670만주 중 약 19%인 120만주를 환매조건부계약을 통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데 썼다. 전체 상장주식(3636만주)의 3.4%에 달하는 물량이다.

셀리버리의 최대 주주는 조대웅 대표이사 외 4인(이진복·권선홍·이병화·김형준)이다. 주요 주주들의 보유지분은 21.17%다. 이 가운데 조 대표이사가 18.5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주주들이 각각 2.09%, 0.41%, 0.08%, 0.08%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엔케이맥스가 있다. 엔케이맥스의 대주주인 박상우 대표는 지난해 6월 에쿼티스퍼스트와 65만주를 담보로 한 환매조건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박 대표의 주식 보유권은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받는 계약 기간동안 유지되며, 총 보유주식수는 변동이 없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대주주의 지분 변동을 우려한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환매조건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는 타 금융사보다 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이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 등이 긴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 주식담보 대출 외에 환매조건부 형식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한다. 에쿼티스퍼스트와 계약을 맺을 경우,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이자는 약 2~3%대로 일반 주식담보대출 금리(4~7%대)보다 낮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이러한 환매조건부 계약 체결이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대주주가 계약 기간 내 돈을 값지 못할 경우 지분이 채권자인 에쿼티스퍼스트에 넘어갈 수도 있다. 특정 상장사와 대표이사를 믿고 장기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에게는 경영권 매각 등이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환매조건부 형식의 대출은 주식담보대출과 비슷하지만 계약 기간 내에는 담보가 되는 주식의 권한이 에쿼티스퍼스트로 넘어가기 때문에 주식을 사고 판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일부 종목의 경우에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분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에쿼티스퍼스트는 이같은 환매조건부 계약 체결과 기업의 주가 하락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지철 에쿼티스퍼스트 대표는 “비소구권거래로 원금의 소유권도 거래 상대방에게 넘어가므로 ‘델타헤징’을 통해 원금 보호를 위한 거래를 하지만 주가에 영향이 없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거래한다”라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7월 중순부터 5개월간 매도거래를 전면 중단했으나 계약 체결한 기업들의 주가도 떨어졌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철 대표는 “환매를 위해 매도한 주식을 다시 매수를 하는 등 거래 상대방이나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면서 “지난 6개월간 강도높은 금융감독원 조사를 통해 자사 거래에 볼공정거래 이슈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주식들이 일제히 하락한 것은 환매조건부 체결과 무관한 각 기업 개별의 사정일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 상황 등 대내외적 이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에쿼티스퍼스트같은 외국계 투자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시장의 폐쇄적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에쿼티스퍼스트는 지난 2019년 한국에 진출해 기업 경영 및 금융 컨설팅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김앤장 출신의 이지철 대표가 한국지사를 맡고 있다. 회사는 상장 주식을 담보로 해 대주주 혹은 기업에 유동성(자금)을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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