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나경원 사태, 윤 대통령 굴복 중시 검사 스타일탓"

조현호 기자 2023. 1. 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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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밀어붙이나 "윤 대통령 당에 대한 불만 탓"
조선일보 "文 정부 시절, 나경원 검찰총장 후보 사퇴 요구 이후 관계 갈라져"
진중권 "권력 잡더니 민주주의부터 파괴, 권위주의 정권 빼닮아"
대통령실 답변 없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결정의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당에 대한 불만, 대화 보다 굴복을 중시하던 검사시절 스타일, 문재인 정부 시절 갈라진 나 전 의원과의 관계 등에 있다는 MBC와 조선일보의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한 견해를 질의했으나 대통령실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MBC는 지난 25일 <뉴스데스크> '왜 이렇게 밀어붙이나'라는 기자 출연 대담에서 이번 사태의 배경을 분석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모든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대로 됐는데 왜 이렇게까지 논란을 일으키면서 당 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건지, 궁금하다'는 이재은 앵커의 질의에 유충환 MBC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해 갖고 있던 불만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여당이 대통령인 자기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유 기자는 그 사례로 △1029 참사(이태원 참사) 초기에 국민의힘이 이상민 행안부장관을 적극적으로 방어해주지 못했다는 불만 △외교무대에서 여러 발언들로 논란이 일었을 때도 나온 불만 △예산안 통과 때도 여당이 힘있게 밀어주지 못했다는 불만 등을 들었다.

유 기자는 “그래서 윤 대통령은 여당이 확실하게 대통령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번에 뽑히는 여당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도 있”다고 해석했다.

▲유충환 MBC 기자가 25일 방송된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출연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당 대표 불출마 사태의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의 당에 대한 불만과 대화와 타협보다 굴복을 중시하던 검사시절 윤 대통령의 스타일 등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유충환 기자는 “정치권에서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대의 굴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의 스타일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3면 <정치원로가족까지 만류… 나경원 '윤과 파국은 안된다' 판단한 듯>(온라인 기사 제목 : '尹이 “업어 키웠다”던 사이였는데… 나경원과 그간 무슨 일이')에서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의 관계를 조명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서울대 법대 3년 후배인 나 전 의원 부부에 대해 과거 사석에서 '내가 업어 키운 후배들'이라며 애정을 나타냈다고 하고,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은 1980년대 후반 함께 사법시험을 공부한 인연이 있다”며 “김재호 판사도 윤 대통령과 과거 술자리를 자주 할 정도로 친했다고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 관계는 지난 정부 때부터 미세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며 “한 여권 인사는 '2019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야당 원내대표였던 나 전 의원이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자, 윤 대통령이 주변에 '나경원이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서운해했다'고 전했다”고 보했다.

▲이재은 MBC 앵커가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당 대표 불출마 사태까지 낳게 한 이유에 대해 유충환 기자와 분석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2021년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에도 나 전 의원은 캠프 핵심부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쓰면서 한 여권 관계자가 “윤 대통령으로선 나 전 의원이 발 벗고 돕지 않았다고, 나 전 의원은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캠프에 자기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고 서로 섭섭해한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나경원 불출마의 원인이 윤 대통령에 있다는 이 같은 MBC와 조선일보의 분석에 대통령실은 별다른 반응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 본인과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시민사회수석,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대외협력비서관과 대변인실 관계자들에게 보도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전화통화 및 문자메시지, SNS메신저 등을 통해 질의했으나 26일 오후 5시 현재까지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권위주의 정부 시절 행태와 닮았다는 혹독한 비판도 나왔다. 진중권 작가는 25일 저녁 고정 출연 프로그램인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의 한판논평에서 나 전 의원을 두고 “포기하지 말라면서 자신부터 포기한다”며 “사퇴하고 나서 경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자신의 연설 영상을 올렸다고 하는데, 임금이 내린 사약을 들이마시면서도 님 향한 일편단심을 노래해야 했던 봉건왕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고 비유했다.

▲조선일보 2023년 1월26일자 3면 기사

진 작가는 “정치적인 숙청에 집단린치, 강요된 자아비판, 국민의힘 분들 권력 잡더니 그 권력으로 민주주의부터 파괴한다”며 “입에는 자유민주주의를 달고 사는 이들의 행태가 그 폭력성에서 유치함까지 권위주의 정권의 것을 빼닮았다”고 비판했다. 진 작가는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그런 시대착오적 행태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당원들이 대통령과 갈등 관계에 있는 당 대표를 원치 않아서라는 해명도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윤심 개입이 지나쳐서 이게 총선까지 악영향 주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나오자 “김무성 대표나 이준석 대표가 있을 때 불편한 관계 때문에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던 데 대한 당원들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오는 3월8일 전당대회는 어쨌든 대통령과 갈등 관계에 있는 당대표가 나와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게 많은 당원들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진중권 작가가 25일 방송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 문제점과 원인을 놓고 패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CBS 한판승부 영상 갈무리

주 원내대표는 다만 “오로지 대통령이 나를 좋아하고 나만이 대통령과 잘할 수 있다. 이것이 정도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다”며 “그런 지적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으니까 전당대회 후보들도 그런 점을 유념하고 하지 않겠느냐”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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