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물 만난 인류···역사를 바꾸다
부력의 발견·증기기관 통한 산업혁명
상·하수도 보급으로 인간수명도 늘려
과학·문화·일상 등 세상을 '좌지우지'
"물=생명" 지구상 대체 불가의 존재로
물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물론 물이 없는 세상은 그동안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물론 생물 자체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물을 얼마나 잘 활용할 지는 또 다른 문제다. 물을 잘 활용하는 개인이나 국가, 세계는 흥했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려움을 겪었고 멸망하기도 했다.
신간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는 물에 관한 과학과 문화, 역사, 일상 등 거의 모든 것을 풀어낸다. 저자는 공공기관 연구소에서 30여년간 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물박사’다. 그는 연구뿐만 아니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자문위원 등의 활동을 통해 물 정책을 조언해 왔다. 저자는 “‘물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 물의 운명이 인류의 운명을 좌지우지해 왔다”고 강조한다.
역사상 가장 최초의 물 관련 중대 ‘사건’은 서기전 265년 그리스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의 발견이다. ‘부력의 원리’는 은이 함량된 금관의 무게를 재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물은 왕관의 소재가 금인지 은이지 판정할 수 있다. 이런 부력은 배를 물에 띄우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통나무가 물에 뜬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았지만 이런 부력의 원리를 적용하면서 거대한 배도 과학적으로 만들수 있게 됐다.
물은 사상의 발전도 이끌어냈다. 앞서 서기전 6세기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만물은 물”이라고 주장하면서다. 그 전까지 세상은 신화 속에 갇혀 있었다. 만물을 움직이는 것은 신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탈레스는 세상은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주장했고 이는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물은 산업혁명을 통해 근대사회를 만들었다. 1705년 제작된 최초의 기계 동력장치인 증기기관은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었고 이것이 터빈을 돌리면서 에너지를 생산했다. 기체로 변하는 물의 특성이 동력장치로 이어졌다.
물은 식량 생산 뿐만 아니라 전염병도 예방에도 필수적이다. 중세의 페스트나 최근 코로나19까지 청결하지 못한 환경에서 나왔다. 수천년간 사용된 우물은 최저한도의 물 수요만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하수도 보급으로 물의 공급이 크게 늘면서 전염병 발생은 줄었고 이는 인간수명을 늘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물을 하찮게 생각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물쓰듯 한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용가능한 물은 점점 줄고 있다. 지구 상에 있는 물의 97.5%는 우리가 직접 이용할 수 없는 바닷물이다. 따라서 빙하와 만년설을 제외하고 우리가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호수와 강, 지하수는 약 1%다. 특히 강과 호수의 물로 한정하면 0.0086%에 불과하다.
물은 인류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자원이다. 혹시 쌀이 부족하면 밀로 대체할 수 있고,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태양광이나 풍력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물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가 ‘물은 생명’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물 분자는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두 개로 구성(H2O) 된다. 물은 기체로도, 액체로도 또 고체로도 존재하는 유일한 물질이다. 또 고체가 될 경우 액체보다 부피가 커지는 역시 유일한 물질이다. 물이 있어야 생물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외계 행성 탐험에서 물이 항상 생명존재의 지표로 사용될 정도다.
책에서 저자의 관심은 물에 대한 재난으로도 확장된다. 최근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데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폭우와 홍수, 해수면의 상승이 지속된다. 저자는 수재에 대해 인재가 아닌 천재라고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차피 비가 많이 오면 기존 시설로는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늘 탓’도 해야 관련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바뀌면서 앞으로도 홍수 피해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될 것을 우려한다. 1만8000원.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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