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안 제정 11년…폐지 여부 놓고 논란

서혜림 2023. 1.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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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제도 폐지해야" vs "겨우 싹튼 인권 문화 위협"
서울시의회, 폐지 청구인 명부 검증…시민단체 반발
학무보단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 서명 제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18일 오전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 서명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8.18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근거를 마련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26일로 꼭 11년을 맞은 가운데 폐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찬반 양론이 맞서왔던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최근 보수 성향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폐지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고, 서울시의회 역시 폐지 청구인 명부 검증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제8회 학생 인권의 날을 맞아 개최한 기념식과 토론회에서 "권위적인 학교문화 타파에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학생인권조례는 폐지 주민청구라는 어려움을 맞닥뜨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1년 전 처음 제정된 학생인권조례, 체벌 및 언어폭력 경험 줄기도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제정된 후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시행되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2012년 1월 26일 제정·공포됐다.

주요 내용은 학생이 성별, 종교, 가족형태, 성별 정체성,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지정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학습과 휴식권, 사생활의 비밀을 유지할 자유 등도 보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학생이 인권침해를 당하더라도 신고나 민원을 제기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교육청 내에 인권전담기구인 '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옹호관'이 설치됐으며, 권리구제 신청을 받아 분쟁조정 조치를 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비교했을 때 초·중·고 학생들이 체감하는 인권보호 효능감은 2015년 64.2%에서 2019년 70.7%로 상승했다.

체벌 및 언어폭력에 대한 경험도 2015년 22.7%에서 2019년 6.3%로 대거 줄었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두발자유화 등 공론화를 통해 개성을 실현하는 것을 보장하는지 물은 문항에도 긍정적인 답변이 2015년 56.9%에서 2019년 94.6%로 2배 가량 많아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기념식에서 이처럼 조례안 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도 ▲ 인권친화적 학생생활규정 개정 지원 컨설팅 확대 ▲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권리구제 실시 ▲ 학생인권교육의 실질화 ▲ 사업 대상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인권 보장 요구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연합뉴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활동가들이 지난해 5월 21일 학생인권 보장 정책 약속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ink@yna.co.kr

보수단체 "과도한 제도" 반발…서울시의회, 조례안 폐지 심의 중

그러나 한편으론 학생의 인권이 확대되는 만큼 교사들과 학부모가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반발도 여전하다.

구체적으로는 교사가 성 소수자나 종교 관련 의견을 학생에게 한 방향으로 제시할 때 혐오 표현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는 불만이 있다. 아울러 직권조사와 현장 방문 조사가 가능한 학생인권옹호관에게 과도한 권한이 부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들에 대한 교권보호 조치나 학생 지도 권한은 축소되는 반면, 학생인권 보호 의식은 커져 결과적으로 교권 추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이 학생 인권 보호라는 이유로 침해받는다는 주장이다.

보수단체는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에 6만4천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를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청구인 명부 검증을 진행 중이며, 검증이 끝나면 서울시의회 의장이 해당 내용을 담은 조례를 발의할 수 있다. 발의 후에는 상임위 절차를 통과하고 의회에서 가결되면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된다.

청구인들이 서명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원안은 2021년 12월28일 제출됐다. 청구인은 "학생인권조례는 소위 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등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부모의 교육권 등을 침해한다"고 이유를 적시했다.

간담회하는 조희연 교육감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1.10 mjkang@yna.co.kr

조희연 "성과 계승하고 보완하겠다"…교권 보호도 같이 가야

조례안 폐지 움직임에 서울시교육청과 시민단체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서울학부모회 등 251개 단체는 이날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폐지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공대위는 이날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겨우 싹튼 인권 문화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서명운동 등 맞대응을 예고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 "교육청은 조례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서울교육공동체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방향과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보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례안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교권과 학생인권이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토론회에서 "학생인권운동과 학생인권조례가 변곡점을 맞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라면서 "바뀐 환경에 맞춰 교권침해대응 및 생활지도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당한 범위에서는 교권이 충분하고 강하게 보장되어야 학생인권 역시 잘 실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 의장이 폐지 관련 조례를 발의한다면 발의 후 1년 이내에는 의결해야 하며 1년 연장은 가능하다. 상임위에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올해에도 결론이 날 수도 있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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