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온 빈 소년합창단…"노래 열정 가득한 축구팀과 같죠"

강진아 기자 2023. 1. 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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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역 투어 거쳐 내달 초 예술의전당서 신년음악회
코로나로 어려움 딛고 지난해부터 월드 투어 재개
한국인 단원 이연우 "단체생활 즐거워…꿈은 성악가"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빈 소년합창단의 일원인 이연우 군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창단 525주년 기념 내한 투어 빈 소년합창단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1.26.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합창단은 축구팀과 똑같아요. 호날두, 메시처럼 특별한 선수도 있지만, 팀 전체가 열정을 가져야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죠."

'천사들의 합창'으로 불리는 빈 소년합창단을 이끌고 온 지휘자 마놀로 까닌은 합창단의 중요한 요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는 26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좋은 목소리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 아이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부르는 걸 즐거워해야 한다. 열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단 525주년을 맞은 빈 소년합창단이 3년 만에 내한했다. 오는 27일부터 함안, 부산, 속초, 구미 등 지역 투어를 거쳐 다음달 4일과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청아한 음색을 뽐내며 세계 최고의 소년 합창단 중 하나로 꼽힌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빈 궁정악단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전통 있는 합창단이다. 고유한 가창 전통은 유네스코 지정 무형유산으로 등재돼 그 역사와 음악의 우수성도 인정받았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빈 소년합창단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창단 525주년 기념 내한 투어 빈 소년합창단 기자간담회에서 아리랑을 합창하고 있다. 2023.01.26. kch0523@newsis.com

1924년부터 해외 투어를 시작해 매년 전 세계 곳곳을 방문해왔다. 9~14세로 이뤄진 100명의 단원이 합창단과 인연을 맺은 작곡가들의 이름을 딴 4개팀(모차르트·브루크너·하이든·슈베르트)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슈베르트는 소년 시절 합창단원으로 활동했고, 모차르트와 브루크너는 합창단을 지휘했다. 합창단의 연간 공연 횟수는 300회가 넘는다.

한국에는 1969년 처음 내한해 50여년간 약 35개 도시에서 15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선 합창단이 수백년간 불러온 성가곡을 비롯해 가곡과 영화음악, 세계민요 등 다양한 곡을 선보인다. 슈트라우스의 왈츠로 희망찬 신년인사도 건넨다. 내한 때마다 '아리랑',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불러 감동을 전한 이들은 이번에도 한국 노래를 준비했다.

마놀로 까닌은 "올해는 저희에게도 특별한 해"라며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다시 회복하고 있는 만큼 좋은 음악과 즐거움을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빈 소년합창단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창단 525주년 기념 내한 투어 빈 소년합창단 기자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1.26. kch0523@newsis.com

빈 소년합창단도 코로나로 공연이 중단되는 등 재정적인 위기를 겪었다. 자구책으로 지난 2020년엔 유료 온라인 월드투어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해외 투어를 재개했고, 아시아 국가 중에선 한국이 처음이다.

마놀로 까닌은 "전 세계가 멈췄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야 했고,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노래를 할 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불러야 하는데,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공연을 하지 못한 건 큰 아픔이었다"며 "코로나 확산 전 마지막으로 공연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아리랑' 곡이 많이 떠올랐다"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빈 소년합창단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열린 창단 525주년 기념 내한 투어 빈 소년합창단 기자간담회에서 아리랑을 합창하고 있다. 2023.01.26. kch0523@newsis.com


합창단에는 현재 한국인 단원도 여러 명 있다. 이번 공연에는 이연우(13) 단원이 무대에 선다.

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동요와 성악을 배웠다는 그는 합창 선생님의 권유로 빈 소년합창단 시험을 보게 됐다. 독일어도 합격한 후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언어로 인한 어려움이 있지만, 또래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게 가장 재미있다고 밝혔다. "합창단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다 같이 생활하며 친구들에게 다른 언어나 문화도 배웠죠. 나중에 커서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

3년 전에 한국 투어에 참여해 두 번째 방문인 오스트리아 출신 시몬(15)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관객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기쁘다. 코로나로 공연을 못해서 슬펐는데, 다시 환하게 웃는 관객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힘을 냈다. 해외 투어로 다양한 나라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전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오스트리아 출신 마티아스(14)도 "빈 소년합창단 생활은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즐겁다. 제게 영원히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며 "음악은 평생 제 마음속에 있을 거고, 나중에 제 아이들도 빈 소년합창단에 입단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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