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에 놀란 빅테크 … 2개월만에 미래전략 다 바꿨다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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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출시이후 지각변동
글로벌빅테크, 생성형AI 올인
대량 해고도 AI인재는 예외로
MS·구글 연간 수십조원 투자
미술분야선 이미 상업적 이용
단돈15원이면 그림 한장 뚝딱
광고 문구도 즉석에서 만들어
"2년후면 콘텐츠 90% AI작품"

"안녕하세요. 라이언 레이놀즈입니다. 먼저 민트모바일이 개똥(shit) 같다고 말하고 싶네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다른 통신사들의 프로모션은 끝났지만, 민트모바일은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중략)…아! 그리고 추가 혜택이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신 분들은 고객센터에 전화 걸 때마다 제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농담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영화 데드풀의 주연배우이자 미국 알뜰폰 업체 민트모바일의 소유자로 유명한 '천재 마케터' 라이언 레이놀즈가 챗GPT를 활용해 광고 문구를 만들고 나서 혀를 내둘렀다. 그는 "무섭긴 하지만 굉장히 설득력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레이놀즈는 "챗GPT에 내 말투로 광고 대본을 작성할 것과 농담과 욕설을 섞어 민트모바일의 프로모션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명령했다"면서 "챗GPT를 활용해 만든 첫 공식 광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트모바일은 인스타그램, 스냅,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해당 광고를 집행했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인 챗GPT가 출시된 지 두 달 만에 산업 현장에 적용된 대표 사례다. 이달 초 열린 CES(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는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AI 저술가인 니나 시크는 '할리우드로 가는 AI' 세션에 참여해 "2025년까지 90%의 콘텐츠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생성형 AI는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크게 △뉴스·소셜미디어 같은 텍스트 콘텐츠 산업 △이미지·비디오·오디오를 활용한 산업 △콜센터 및 챗봇 산업 △광고·마케팅 산업이 대표적이다.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작사·작곡을 한 지는 이미 오래다.

가장 깊이 파고든 영역은 이미지 제작이다.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에서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앨런이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제출해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이 문장을 입력하면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미드저니'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미술 업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서비스는 또 있다. 미국 스태빌리티AI가 개발한 노블AI는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그림을 생성한다. 일본의 한 성인용 업체가 이를 토대로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런 서비스는 이미지 제작 비용을 크게 낮춘다. 예를 들어 노블AI 구독료는 월 10달러 선으로 그림 한 장 가격이 불과 15원이다. 오픈AI의 달리2, 엔비디아의 고갱2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특히 스태빌리티AI가 '안정적 확산 모델(Stable Diffusion Model)'을 오픈소스 방식으로 무료 배포해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안정적 확산 모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노이즈화한 그림을 역으로 '복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대량의 그림을 조금씩 지우면서 학습시킨 것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광고 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카피닷에이아이나 프레이즈 같은 서비스는 회사 비전을 입력하면 AI가 이에 걸맞은 광고 카피를 즉석에서 만든다. 매일경제신문을 입력하면 '지금 미래를 창조하자(Let's create the future now)'라는 문구가 뜬다.

동영상에도 큰 관심이 쏠려 있다. 구글은 작년 10월 완성도는 낮지만 문장을 입력하면 초당 24프레임으로 동영상을 생성하는 '이매진 비디오'를 내놓았다. 이매진 비디오는 풍선이 날아가 동물원에 떨어지는 장면을 선보였다.

금융 역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슈리지 매사추세츠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재무제표 작성에도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영진 판단을 돕고자 예측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주고 답변을 받아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판이 열리다 보니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구글은 2020~2021년 2년간 AI 분야에 약 400억달러 규모로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에는 10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미래 이니셔티브(Digital Future Initiative)' 일환으로 호주에 첫 구글 리서치를 설립했다. 국내 AI 전문가인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구글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연간 수조 원을 AI에 쏟아붓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AI는 장치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픈AI가 2020년 공개한 자연어 처리 AI 모델 'GPT-3'는 한 번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100억~20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MS가 강점을 지닌 클라우드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행보다. 초대규모 AI 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는 엔비디아, 구글 클라우드 등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슈퍼컴퓨터를 직접 구축하고 운용하려면 최소 1000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I 분야 인력들은 구조조정 대상에서 '열외'돼 핵심 자원으로 분류된다. 일례로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해고 대상 1만2000명 중 구글 AI 연구소인 '구글 브레인' 소속 직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이상덕 특파원 / 이덕주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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