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해외순방 왝더독 덫
왝더독(wag the dog)이라는 증권용어가 있다. 현물시장에서 파생된 선물시장이 되레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현상이 왝더독이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드는 격이니 한마디로 주객전도다. 그런데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마다 이 같은 왝더독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듯하다. 지엽적인 이슈가 정작 중요한 본질을 흔들어버리고, 이로 인해 순방 성과가 묻혀버리니 하는 말이다. 한두 번 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매번 왝더독 현상이 무한 반복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
올 들어 첫 해외 순방인 아랍에미리트(UAE)건만 해도 그렇다. 3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투자를 유치하는 등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다운 세일즈 외교로 대박을 쳤다. 하지만 국민들 뇌리에 뚜렷이 남은 건 "UAE의 적은 이란" 설화뿐이다. 외국에 나가 굳이 제3국을 적대적으로 언급한 건 명백한 외교적 결례다. "이란의 오해"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기려는 것도 마땅찮다. 그렇게 말을 해놓고선 청자(聽者)를 탓하는 건 뭔가. 지난해 6월 나토(NATO)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초청받은 건 우리 국격을 높인 쾌거다. 하지만 민간인을 대통령 귀국 전용기에 태운 게 구설에 오르면서 그 성과가 바랬다. 석 달 뒤 뉴욕에서 유엔 연설을 하고, 2년9개월 만에 일본 총리와 환담도 했지만 언론을 도배한 건 '이XX' 비속어뿐이다. 그해 11월에는 특정 매체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는 자충수를 뒀다. 언론 탄압이라는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해 동남아 첫 순방 의미가 뒷전으로 밀렸다. 대통령 입장에선 말꼬리 잡기, 과도한 정치 공세 탓에 대단한 순방 성과가 가려졌으니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순방 때마다 어김없이 소모적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트집 잡힐 만한 원인을 제공한 건 대통령이다. 실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수가 계속되면 그건 실력이다. 남 탓할 것 없다.
설화와 구설로 순방 성과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일이 계속 반복돼선 곤란하지 않겠나.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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