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의 ‘좀비’가 부산에 상륙했다
DOB부터 ‘좀비미학’까지
30여년 작업 여정 총망라해
“대지진에 이야기 힘 깨달아”
부산시립미술관의 2층 전시장 입구, ‘DOB’라 적힌 조명등에 불이 켜졌다. 다카시 월드로 들어가는 입구를 알리는 안내문이다. 아래에는 1993년 그린 도브(DOB)의 스케치가 걸렸다. 왼쪽 귀에 D, 오른쪽 귀에 B가 그려진 동그란(O) 얼굴은 도라에몽과 소닉, 두 캐릭터의 이미지를 결합해 탄생한 그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대표 캐릭터. 도브는 이후 30여년간 이어지는 ‘카와이(かわいい·귀여움)’ 월드의 시작이었다.
26일 방한한 그는 “2013년 플라토 미술관 이후 10년만에 한국 개인전이다. 큰 영광이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가 있다. 존경하는 이우환 선생님에게 초대받은 게 영광이었고 전혀 망설임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꽃 시리즈 등은 아이들 시선으로 즐길 수 있다.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그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타쿠, 서브컬처 등을 표현한 작업에서 전통, 종교, 철학으로 회귀하고 ‘인간의 무력함’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기괴함’ 섹션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을 오마주한 삼면화가 그로테스크한 회화적 변주를 보여준다. 미술 경매사와 증권맨 등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도 걸렸다. ‘히로폰’(1993)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대표작도 만날 수 있다.
그는 “저희 집은 신흥종교를 믿었고 21세에 탈퇴한 이후 종교에 회의적인 사람이 됐다. 하지만 대지진을 방송으로 보는 순간 나는 종교가 시작되는 순간을 봤다. 고통스러운 사람을 진정시켜주는 이야기를 주는게 종교의 핵심임을 깨닫게 됐다. 지진후에 만든 두 작품은 스토리가 있는 예술은 뭔가를 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술관은 1년 이상 전시 준비에 매달렸고 전세계에 흩어진 소장품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한 지난한 노력도 있었다. 뉴욕 양키스 구단주의 소장품, 지드래곤의 소장품 ‘727 드래곤’도 부산으로 공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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