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일류 국민으로 사는 길

2023. 1. 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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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연휴는 난방비 폭탄이 온 국민의 화젯거리였다. "제 월급만 빼고 다 오르네요" "나라는 G7을 넘본다는데, 내 삶은 왜 이리 힘들죠?" "부모님 세대엔 아버지 혼자 일해도 몇 식구가 먹고살았잖아요. 요즘은 맞벌이하면서도 아이 하나 키우기도 어려워요". 국민이 묻고 있다. "나라는, 정치는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이제 국가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삶의 질과 경쟁력으로 정부의 성적을 매겨야 한다. 삶의 질, GDP, GRDP, 공동체 자본을 기초로 평가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첫째, 국민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삶의 질 지표가 필요하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7대 요소가 있다. 일자리, 소득, 주택, 보육과 교육, 건강과 의료, 노후 연금, 그리고 문화 혜택이다. 7대 요소를 기준으로 정부와 정치를 평가하자. "나라는 잘사는데 내 삶은 힘들다"고 호소하는 국민에게 삶의 질로 보답해야 한다. 행복한 국민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둘째, 국가가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GDP, 잠재성장률, 노동생산성이 핵심 지표다. 저성장 시대라고 하지만,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한국이 떨어지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를 생각하면 더 성장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29위(2021년 기준)에 그친다. 네덜란드는 노동생산성을 중시하는 사회 개혁을 단행한 바 있다.

셋째, 지역경제에 희망이 있는가? GRDP 지표를 기초로 말라 죽어가는 지방을 살려야 한다. GRDP란 지역 단위에서 측정된 GDP를 말한다. 농촌에서 아이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 미래가 오고 있다. 수도권만 커지고, 지방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현재 통계청과 16개 광역자치단체(세종시 제외)가 매년 GRDP를 집계한다. 그러나 조사부터 공표까지 2~3년 시차가 있어 정책 활용도가 떨어진다. 통계청이 17개 광역단체부터 기초단체까지 전수조사해 매년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지역에 무엇이 부족한지, 예산을 어디에 집중할지 목표를 정할 수 있다.

넷째, 사회공동체 자본이 있는지 봐야 한다. 공동체 지표가 필요하다. 분열된 땅에서 집을 지을 수는 없다. 우선 빈부격차를 줄여야 국민의 마음을 모을 수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소득불평등도가 일곱 번째(2020년 기준)로 높다. 계층 이동성도 높아야 한다. 계층 이동성이란 쉽게 말해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인지 아닌지' 따져보는 지표다. 세계경제포럼이 매긴 '사회 이동성 역량 지수'에서 한국은 주요 82개국 중 25위(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기업은 한 해 매출과 이익, 고용, 사회적 기여로 평가받는다. 교수는 논문으로 평가받고, 대학은 매년 대학평가 순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음악, 영화, 스포츠 모든 분야에서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통해 주인공이 별처럼 뜨고 진다. 경쟁이 치열하니 혁신을 거듭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성적표가 매년 공개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정부 개혁이자 정치 개혁이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다. 일류 국민이 사는 길이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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