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국 우선주의가 득세하는 플랫폼산업
플랫폼(Platform)은 차세대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경제 시대에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서로 다른 이용자 집단을 연결하는 다면시장의 생태계로서 교차 네트워크로 인한 막대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경제도 전 산업에 걸쳐 플랫폼으로 인한 변화와 구조개편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정치·사회·문화·경제·법체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플랫폼 생태계 내에서 참여자 간, 이해관계자 간 긴장과 갈등, 독점력 남용을 통한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로 정부 차원에서의 교통정리 역할이 요구되며, 각국은 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컨대 유럽연합(EU)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사전 지정해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하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이 오는 5월 시행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작년 9월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제안한 대통령의 뉴욕 구상 발표에 이어 12월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혁신적이고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발전 방안' 3대 전략·9대 원칙을 제시했다.
골자는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토종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을 둘러싼 부작용을 해소하면서도 시장의 역동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민간 주도 자율규제 원칙에 따른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원칙과 더불어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을 통해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시사했다.
마침 공정거래위원회도 1월 12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발표했다.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 네 가지 경쟁 제한 행위 유형을 제시하는 한편 무조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부의 정책이나 법 집행에 있어서 판단은 플랫폼의 특성상 쉽지 않아 사건별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되는 과정에서 행위 사실, 사실관계, 시장 상황, 당해 플랫폼이나 제공 서비스의 특성 등을 감안해 면밀한 실증분석, 경제분석 및 법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다른 측면의 정책이나 공익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사 PC 운영체제의 독점력 남용을 문제 삼은 나라와 문제 삼지 않은 나라 모두 중요한 판단 요소로 혁신(Innovation)을 내세우며 한쪽(EU, 우리나라 등)은 혁신의 저해, 다른 한쪽(미국)은 혁신 촉진을 주장했다.
최근 전통적 영역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산업에도 자국 우선주의나 산업 정책이 반영되고 있다. 미국 및 중국의 자국 빅테크 산업에 대한 규제 동향과 관련해 자국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 확보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2조달러를 넘어선 애플의 시가총액이 우리나라 전체 상장기업 시총보다 큰데 우리의 '네카쿠배'를 미국의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봐야만 되는지도 고민거리다.
[조성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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