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원을 아프리카의 오일머니로 ” 식량위기 해법 직접 찾아나선 아프리카[다카르2 정상회담]

이윤정 기자 2023. 1. 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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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다카르2 정상회담’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AfDB 제공

“식량자원을 아프리카의 오일머니로 만들겠다.” 아킨우미 아데시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다카르2 정상회담’에서 야심찬 포부를 밝히자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아프리카는 농업 혁신으로 빈곤의 굴레를 끊고, 세계 식량 공급의 중심지로 성장하겠다는 꿈에 미래를 걸고 있다.

이날부터 2박3일 동안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압두디우프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다카르2 정상회담은 국제기구나 선진국이 아닌, 아프리카 스스로 식량위기의 해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세네갈,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케냐 등 10개국 정상과 아프리카 40여개국 정부 관계자, 농축수산업 전문가와 과학자, 국제기구·비정부단체(NGO) 종사자 등 2000여명이 아프리카의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25일(현지시간)부터 2박3일 동안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압두디우프 컨퍼런스센터에서 다카르2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이윤정 기자

아프리카는 오랜 시간 가난과 기아, 분쟁과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빈곤이 뿌린 갈등의 씨앗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졌고 내전과 테러의 양분이 됐다. 최근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기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곡물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입이 막히면서 지난해 밀, 콩, 옥수수 등 아프리카 내 주요 곡물 가격은 40~60% 이상 급등했다. 기아에 고통받는 지구촌 8억2800만명 중 3분의1인 2억4900만명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2015년 열린 첫 다카르 정상회담 이후 8년 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서는 식량위기로 아프리카가 벼랑 끝에 서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더이상 원조와 수입에 식량 공급을 기댈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가 자급자족을 이뤄내야한다는 절실함이 끊임없이 공유됐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국이자 정상회담을 주최한 세네갈의 마키 살 대통령은 “아프리카 정부가 직접 농업에 투자해 혁신을 이룬다면 아프리카 전체를 먹여살릴 수 있다”면서 위기를 맞은 지금이 식량 주권을 회복할 적기라고 역설했다. ‘아프리카 식량자급: 식량 주권과 회복력’은 다카르2 정상회담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AfDB는 실제 아프리카 대륙의 농업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현재 사바나 지역에서 경작 가능한 4억헥타르 중 10%(4000만헥타르)만 농지로 활용되고 있다. 2050년 세계 인구는 90억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90억명분의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땅 면적의 65%가 아프리카에 미개간지로 남아 있다.

다카르2 정상회담장 외부에 마련된 농업 박람회. 이윤정 기자

다만 해결책이 단순하지 않다. 땅을 개간하고 낙후된 농업기술을 혁신하고 품종개량을 해도, 열악한 식품 가공·저장 기술이 농가 소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통 인프라도 문제다.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농축수산물은 대부분 선진국에 수출되고, 질 낮은 상품과 값싼 수입곡물이 아프리카인들의 식탁에 오른다. 현재 아프리카 농업 종사자는 전체 인구의 60%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3%에 달하지만, 식량이 부족해 연간 750억달러(약 92조원) 어치를 수입하고 있다.

이때문에 유럽·아시아·미주 대륙으로 향하는 수출망은 잘 구축된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끼리의 물류 공급망은 열악하다. 아흐메드 칸 AfDB 어업부 대표는 경향신문에 “세네갈산 갈치 등 질 좋은 물품은 대부분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 수출되고 아프리카 대륙에 남지 않는다”면서 “아프리카 국가 간 직항 비행편도 없어 아프리카 내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려면 유럽을 경유했다가 다시 아프리카로 들어와야할 정도로 대륙 내 이동망 자체가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다카르에 모인 10개국 수장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아프리카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특히 농업 기술 혁신과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 투자를 약속했다. 2014년 기니 말라보에서 열린 AU 정기 총회에서 “GDP의 10%를 농업분야에 투자하자”고 약속한 ‘말라보 선언’을 적극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무사 파키 아프리카연합위원회(AUC) 의장은 “아프리카 정부들이 협력해 농업 분야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식량 주권은 아프리카의 새로운 무기이자 자유를 위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르 |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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